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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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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바닷빛 인연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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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모리 2018. 1. 8. 01:57

 “으음…….”

 요리책을 이리저리 넘기면서 이즈미는 한참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마코토한테 어떤 걸 만들어줬으면 좋을지 물어본 건 좋았다. 명확한 대답은 아니었지만 만들기 쉬운 것이어도 좋다는 답을 들은 것도 좋았다. 문제는 그래서 결국 뭘 만들면 좋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일단 이건 너무 어렵지 않나? 그럼 무리. 이건 재료 준비하는 게 좀 힘들 것 같은데. 이것도 탈락. 나 혼자 만들어 먹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먹는 건데 너무 쉬운 건 좀 그렇지? 그럼 이것도 거르고. 이렇게 몇 개인가를 거르고 나니 나름 까다로운 기준을 거친 후보들답게 선택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눈 감고 골라버릴까? 더 이상 따질 것도 없고 계속 의미없는 고민을 하는 것도 시간낭비일 뿐이잖아? 이럴 시간에 만들었으면 이미 반은 만들고 남았겠다. 그래도 결국 눈을 감고 고르는 건 좀 그랬던지 이즈미는 메모지 하나를 들고 와 사다리 몇 개를 그렸다.


*


 “이 정도만 됐나……?”

 이마를 손으로 훔치며 이즈미는 손질한 재료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아직 칼질에 익숙하지 않은 탓에 예상한 것보다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려버렸지만 그래도 나름 초보치고는 괜찮은 듯 싶었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그냥 에그마요 같은 것처럼 이렇게 모양낼 필요 없는 걸로 할 걸 그랬나, 라는 생각도 몇 번이나 떠올랐지만, 막상 다 끝내고 나니 역시 도중에 노선을 변경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역시 조금은 도와달라고 할 걸 그랬나.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어……. 지금이라도 도와달라고 할까? 그렇게 생각하며 소파 쪽으로 시선을 돌린 이즈미는 세상 좋게 낮잠을 자고 있는 리츠를 보고 ‘도움은 무슨.’이라고 중얼거리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니, 잠 제대로 못 잔 귀신이라도 붙은 거야? 아님 인어였을 때 안 잔 잠을 몰아서라도 자는 거야? 그렇게 따지면 평생 자도 다 못 잘 텐데? 괜히 불평을 중얼거리던 이즈미는 문득 시야에 들어온 시계를 보고 깜짝 놀라 불평하는 것도 멈추고 최대한 예쁘게 모양을 내는 것에 집중했다.


*


 “후…….”

 이정도면 됐나? 이정도면 됐겠지? 도시락에 샌드위치를 옮겨 담고 과일을 담는 것까지 마친 이즈미는 기지개를 쭉 폈다. 처음엔 과일을 넣을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요리책에 실린 사진에 혹해버린 탓이었다. 과일을 손질하는 것에 추가로 시간이 더 들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확실히 샌드위치만 담는 것보다 훨씬 보기에도 좋은 것 같아 이즈미는 만족했다. 아, 근데 지금 몇 시지? 세상에, 완전 늦었잖아! 도시락통을 들고 뛰쳐나가려던 이즈미는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뛰다가 내용물이 마구 흐트러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급하게 뛰려던 것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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