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헨리에인]인어au 배드엔딩 본문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도착한 에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바위 주위를 맴돌다가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 아무리 기다려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데, 올 수 없는데. 그러니 더 이상 이곳에 올 이유 따윈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정신을 차려보면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한참을 그렇게 의미없이 맴을 돌던 에인은 미처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저, 저기, 괴물!”
“사라져!”
질색하는 목소리와 함께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에인의 뺨을 스쳐지나가며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급하게 몸을 숨긴 에인이 손가락으로 상처를 훑으니 약간의 피가 손가락에 묻어 나왔다. 아프지는 않았다. 인어에게 이 정도 상처 따위는 물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낫는 것이었다. 그것보다는…….
“……괴물, 이라고 했지, 분명.”
한동안 ‘괴물’이라는 말을 입으로 반복하던 에인은 큰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것을 저주하는, 어떻게 보면 울음소리와도 비슷한 웃음소리였다. 그렇지, 괴물이지. 멀쩡한 사람, 그것도 한 나라의 왕자를 홀린 바다 괴물. 나는, 나는 그저…….
*
나는 그저 당신을 사랑했을 뿐이에요.
나는 그저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무엇이 그렇게 문제였을까요?
내가 인간이 아닌 게 문제였을까요?
내가 내 모든 걸 버리지 못한 게 문제였을까요?
있잖아, 당신은 이 세계가 소중해?
나는 아냐.
이 세계에는 더 이상 당신이 없잖아.
당신을 앗아간 세계 따위, 차라리…….
* * *
모습을 드러낸 에인은 두 손을 모으고 계속 노래했다. 처절할 정도로 아름다운 음색이 바람에 실려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계속 노래하던 에인은 뒤에서 들려오는 굉음에 노래를 멈추고 뒤를 돌아본 후 살며시 눈을 감았다.
큰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
아, 계속 눈이 감겨.
이게 졸리다는 걸까?
이대로 난 잠들어 버리는 걸까?
다시 깨어날 수 있을까?
뭐, 다시는 영영 깨어날 수 없다 해도 상관없잖아.
*
힘없이 눈을 감은 에인은, 그렇게 조용히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갔다.
.
.
.
“저기,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이웃 나라 말이야, 간밤에 갑자기 엄청난 해일이 쳤다지 뭐야. 그래서 완전히 쑥대밭이 됐다는 거 있지?”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
배드 엔딩으로 가면 이런 느낌이겠지요
'1차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백꽃이 된 제라늄 (0) | 2017.12.04 |
---|---|
[애슐리+에인]아이싱 쿠키 (0) | 2017.05.07 |
[헨리에인]궁중암투 中 일부 (0) | 2016.10.11 |
[헨리에인]궁중암투 비스무리한 무언가 下 (0) | 2016.07.25 |
[헨리에인]궁중암투 비스무리한 무언가 上 (0) | 2016.07.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