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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헨리에인]궁중암투 비스무리한 무언가 下 본문

1차/단편

[헨리에인]궁중암투 비스무리한 무언가 下

시나모리 2016. 7. 25. 19:44

※고어 주의...




 사람 하나 대동하지 않은 채 에인은 띄엄띄엄한 횃불만이 빛이 전부인 계단을 내려갔다. 절반쯤 내려 갔을까, 밑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냄새에 에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반은 남았는데도 이 지경이라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와, 왕비님!? 이, 이런 곳엔 어찌…….”

 “뭐, 저라고 해서 이런 곳에 오면 안 되는 법 같은 건 없지 않습니까.”

 놀란 듯한 고문관의 말에 에인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벽 한쪽에 묶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아까의 그 지독한 냄새의 근원은 이 남자일 것이다. 에인은 잠시 시선을 돌려 고문관들에게 말했다.

 “……미안, 지금 예의를 차리기가 좀 뭐하네.”

 “아뇨, 괜찮습니다. 왕비님이신걸요.”

 “뭐……, 됐고. 잠깐 대화를 하고 싶으니까 한 명만 남고 좀 물러나줄래?”

 “예, 알겠습니다.”

 고문관들을 물린 에인은 근처에 있는 의자 하나에 걸터 앉고 다시 벽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기절한 듯 꺾여 있는 남자를 본 에인이 눈짓을 하자 남아 있던 이 하나가 찬물을 그의 얼굴에 냅다 끼얹었다. 그것에 정신이 든 듯 천천히 고개를 드는 남자를 보며 에인은 싱긋 웃으며 말을 걸었다.

 “꼴이 말이 아니십니다, 대공?”

 “…….”

 “이젠 예의도 안 차리시겠다, 이겁니까? 뭐, 그렇다면 이쪽도 예의 따위는 차리지 않도록 하죠. 지금은 나도 그쪽이 편하기도 하고…….”

 아직은 제대로 정신이 돌아오지 않은 듯 아무런 대답도 없는 남자를 에인은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지금 거의 피떡이 된 이 인간이, 며칠 전만 해도 이 나라를 쥐락펴락했던 대공이라면 그 어느 누가 믿을까?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하기는 했다. 뭐, 내가 이런 꼴로 만들어버리기는 했지만.

 “그래서, 밑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기분은 어때?”

 “……너, 내가……, 여기서……, 나가기만 하면…….”

 “나가기만 하면, 뭐? 혹시 아직도 뭔가 믿고 있는 구석이 있는 거야? 아하하, 세상에.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됐나 보구나?”

 어이가 없는 듯 에인은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너무 웃은 탓에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 내며 에인은 아직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

 “설마 내가 너 하나 이 꼴 내는 걸로 끝낼 것 같았어? 에이, 그럴 리가. 지금쯤이면 니네 집안은 평민으로 추락한 지 오래일 거고, 그 서명서에 서명한 애들도 싹 다 잡혀 들어가 있을 텐데…….”

 “……뭐?”

 “너한테는 아─주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때 폐하를 선택했더라면 그냥 너 혼자한테 다 뒤집어 씌우고 끝났을 텐데. 덕분에 관련자 전부를 처리할 수 있게 됐지 뭐야? 뭐, 굳이 지금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다 끝장낼 거였지만…….”

 “이 미친……!”

 “왜? 근본도 없는 천한 게 살아 남으려면 무슨 짓을 못하겠어. 안 그래?”

 “하, 이제서야……, 본성이……, 큭!”

 남자의 말에 에인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자 바로 채찍이 날아들었다. 갑작스런 고통에 얼굴을 찌푸린 남자를 사납게 바라보며 에인은 여태까지와 다른 날이 선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본성? 그럼 네놈들이 백성들을 그렇게 악착 같이 쥐어짜는 것도 다 본성인가봐? ……나는 그분의 사랑을 받는 것만으로도 이미 분에 차고 넘치지만, 그분은 고작 나 같은 것 하나에게만 사랑받을 분이 아니시란 말이지……. 마땅히 모든 분께 사랑받으셔야 하시는 분이지만……, 그 안에 너 같은 것들은 없어도 될 것 같네.”

 “그, 그건 옛날엔……!”

 “아, 옛날에도 다 이랬다 이건가?”

 한참 동안 말을 않던 에인은 방금 생긴 상처를 물끄러미 쳐다 보았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피가 천천히 흐르고 있는 것을 본 에인은 갑자기 생긋 웃으며 말했다.

 “너, 거기서 계속 피 나.”

 “갑자기 무슨…….”

 “지혈해야 하지 않겠어?”

 알 수 없는 말을 하며 에인이 무언가를 가리키고 고개를 돌리자, 옆에 서 있던 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와 함께 살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밀려 왔다. 비명이 어느 정도 멈춘 이후에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뗀 에인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지혈해주는 거잖아.”

 “지, 지혈……? 이게……?”

 “그야, 옛날엔 다 그랬는걸.”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며 에인은 이제 가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막 등을 돌린 순간, 뒤에서 조롱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꼴에……, 결국 자기 손은……, 하나도 안 더럽히고…….”

 “그야, 훌륭하신 여러분들 덕에 예법을 아주 제대로 배워서 말입니다.”

 환하게 웃으며 예의 정중한 어조로 말한 에인은, 아까 자신이 물러나게 한 이들을 보고 조용히 그들에게 속삭였다.

 “저거, 절대 금방 죽게 하지 마, 알겠어?”


---

오래 기다리셨습니다...하편입니다...근데 헨리 안 나오는데 헨리에인이라 써도 되나

착한 여러분들은 에인을 절대 적으로 돌리는 일이 없도록 주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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