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고교기담]그녀의 사정 본문
“야.”
“무슨 일인가요, 상훈?”
“너 말이야, 그 귀신 쫓아다니는 것 좀 정도껏 해. 오죽하면 니 수호령이 내 꿈에 나오겠냐!?”
“네!? 제 수호령이 상훈 꿈에 나왔다구요!? 어째서!? 왜!? 왜 제 꿈이 아니라 상훈 꿈에 나오는 건데요!? 아니, 이게 아니지……! 어떻게 생겼어요!? 대화는 나눴나요!? 말해주세요!!!”
“너 내 얘기 듣고 있긴 하냐!?”
오늘 꿈 얘기를 하면 얘가 좀 진정을 할까, 하고 꺼냈던 말인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저거,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대체 며칠이나 걸리려나…….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데. 상훈은 대답을 재촉하는 아카리를 피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내가 말할 틈은 줘야 대답을 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냐!”
“아, 맞다.”
계속되는 질문에 상훈이 짜증이 난 듯 소리를 지르자 아카리는 그제서야 자신이 평소의 몇 배 이상으로 흥분한 것을 깨닫고 말을 멈췄다. 그래도 소리를 지른 게 무안한지 상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꿈을 기억해내기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한 것 같긴 한데……, 그건 잘 기억 안 나고……. 생긴 게 대충……, 양갈래에……, 키는 좀 작았고……, 장난끼가 좀 많아 보였는데…….”
“……그 아이, 혹시 머리 색이 연한 갈색 아니었나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잠깐, 너 어떻게 알았어?”
“아아, 역시.”
상훈의 대답에 아카리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 이외의 질문에 상훈이 의아한 듯 아카리를 쳐다보자 아카리는 한참 동안 말을 않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제가 영감이 거의 없는데도 귀신을 쫓아다니는 이유, 아직 말 안 했었죠?”
“……어? 그러고 보니 그러네.”
“뭐, 원래부터 좋아한 것도 있었지만 말이에요…….”
아카리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가만히 눈을 감았다. 무언가를 회상하듯 그렇게 눈을 감고 있던 아카리는 눈을 뜨고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이래봬도 제법 엄격한 집안에서 자랐거든요. 그래서, 상훈처럼 하성 같은 소꿉친구가 한 명도 없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저희 집을 찾아온 아이가 한 명 있었어요. 너무 기뻐서, 올 때마다 같이 놀고 그랬었는데…….”
“너……, 설마?”
“후후, 역시 그렇게 생각하죠? 그렇게 자주 같이 놀고 그랬었는데, 아무도 그 아이에 대해서 눈치를 채지 못했어요. 그리고 어느 순간, 찾아오지 않게 됐는데……. 이상하게도 어렴풋이 기억만 날 뿐,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고, 아니, 이름조차도 기억이 안 나는 거 있죠? 이렇게 쫓아다니다 보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긴 했지만……, 여기 있었을 줄이야.”
말을 마친 아카리는 싱긋하고 웃었다. 그리고 뒤돌아서며 이렇게 덧붙였다.
“다시 만나면, 잘 지내고 있었다고 얘기하려고 그랬는데 말이에요……. 그치만 저, 그 아이를 다시 볼 수 있을 때까지 이런 거 관둘 생각 없으니까……. 그래도 상훈 꿈에 나타날 정도라면 오늘은 좀 쉬어야겠어요. 내일 뵈어요?”
“어? 으, 응…….”
역시 괜히 말했나…….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던 상훈은 순간 무언가 생각난 듯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그 아이가 했던 말이……, 대체……, 뭐였더라?
나도 잘 지내고 있어, 아카리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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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리쨩 과록 비슷한 무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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