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이즈ts/고3 천재 작곡가 레오×20대 중반 탑 모델 이즈미 ※약간의 마코이즈 요소, 레오의 지인인 모브가 나옵니다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작곡에 한창 열중하던 레오는 더 이상 쓸 종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움직이던 펜을 멈췄다. 그나마 마침 딱 맞춰 마지막 음표를 그려 넣을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마지막으로 마침표를 그려 넣은 레오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이미 깜깜해진 지 오래인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라, 분명 방금 전까지는 낮이었는데? 나 시간여행이라도 한 건가? 작곡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시간의 흐름마저
잊어버린 레오는 이미 해가 진 지 오래인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심인 탓에 하늘에는 달과 몇몇 밝은
별만 외로이 띄엄띄엄 반짝이고 있었다. 그 허전함을 달래주려는 듯 공원 여기저기에는 가로등이 지상의
별 마냥 빛을 밝히고 있었으나 역시 아쉬운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뭐, 별 수 없나. 아쉬움을 삼킨 레오가 더 늦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 막 의자에서 일어났을 무렵, 공원 수풀 어딘가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그냥 지나칠도 하련만, 어쩐지 그 소리가 신경 쓰인 레오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대체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이 세상에서 유우 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건 난데. 걔보단 내가 훨씬 더 유우 군한테 잘해줄 수 있는데. 한 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그치지 않아서 이즈미는 결국 눈물을 닦으려는 것마저 포기했다. 지금쯤이면 얼굴도 완전 엉망이겠지. 그다지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면서 킁 하고 코를 한 번 들이킨 이즈미는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와, 대단한
얼굴.”
“시, 신경 끄지
그래!?”
누군가가
자신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봤다는 것에 부끄러워진 이즈미는 괜히 신경질을 내며 급하게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물티슈에 묻어 나온 검은 것들을 보자 정말 최고로 엉망인 얼굴을 다른 사람한테 보였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절로 화끈해졌다. 그것도 생면부지인 사람한테? 이게 말이
돼? 나 세나 이즈미인데? 그러니까 역시 얼른 집에 갔어야
했는데……! 머리 끝까지 부끄러움과 화가 치밀어오른 이즈미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계속 자신을 따라오며 ‘왜 울고 있어? 무슨 일 있었어?’라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오는 그에게 이즈미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알
바 없잖아? 너랑은 관련없는 일이니까 그만 신경끄고 네 갈 길이나 가지?”
거기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게 초면부터 반말이나 하고 말이야! 쫓아내려는 듯 훠이훠이 소리를 내며 손짓을 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지 그는 계속 이즈미를 따라왔다. 정말,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계속 자신을 따라오는 모습에 이즈미는 몸을 홱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리
가라니까? 왜 계속 따라오는 건데?”
“이거
주고 싶어서! 음……, 위로의 선물 같은 거? 아무래도 그쪽이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얘도 그쪽이랑 가는
게 더 행복할 테니까!”
“하아?”
손에
든 것을 받지 않으면 받아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이즈미는 그와 그가 내민 종이뭉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결국 신경질을 내며 빼앗다시피
종이뭉치를 받아들었다. 대충 훑어보니 음표가 어지럽게 적힌 게 무슨 곡의 악보 같았다. 선물로 줄 거면 좀 알아보게라도 쓰던가, 완전 휘갈겨 놓고선 대체
뭐야! 죄없는 악보에게 신경질을 내던 이즈미는 ‘그럼 이제
가도 되지?’라고 툭 내뱉고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성큼성큼 공원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가던 이즈미는 그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선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 웬 이상한 꼬맹이람. 손에
들린 악보를 보고 고개를 휘휘 저은 이즈미는 길 한켠의 쓰레기통을 발견하고는 악보를 그대로 거기다 처박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 결국 버리지 않기로
결심한 듯 악보를 손에 쥐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흥, 꼬맹이
주제에 보는 눈은 있어서…….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그때까지도
딱히 내키지 않는 듯 이즈미는 턱을 괸 채로 고개만을 끄덕여 대답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흘러나오는 선율에 저도 모르게 이즈미는 그 연주에 흠뻑 빠져들었다. 마치
별이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 같은 곡이었다. 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하나 둘 뜨기 시작한 별들이 어느새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 그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의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어딘가 쓸쓸하면서도 환상적인 연주는 어쩐지 위로받는
것만 같았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서도.
“어라-, 또 우는 거야?”
“누, 누가 울었다는 거야!?”
여운에
젖은 탓인지 연주가 끝난 후에도 멍하니 앉아있던 이즈미는 레오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놓고
있었던 게 부끄러운지 아까 전보다 날카로워진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온 레오는 ‘그치만 여기 눈물
맺혀있는걸.’이라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어느새 이즈미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훔쳐내주었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이즈미는 레오의 손을 쳐내려 버렸으나 레오는 그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울지
마-, 울면 이 곡을 준 이유가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안 울었다니까……. 어쨌든 다 들었으니까 가도 되지?”
“맘에는
들었어?”
“……몰라.”
‘에에-’ 소리를 내며 아쉬워하는 레오를 뒤로 하고 이즈미는 급하게 카페를 나섰다. 금방이라도
따라올새라 걸음을 빠르게 한 이즈미였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레오가 따라오지 않았다.
(구간) 바닷빛 인연
A5, 6000원
마코이즈ts/물에 빠진 마코토를 구해줬다가 그대로 마코토에게 반해 사람이 된 인어 이즈미 이야기 ※약간의 리츠마오 요소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바보 같은 짓이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기분전환이나 할까, 하고 생각한 것뿐이었다. 바다에 간 것도, 갑자기 밤바다가 보고 싶어서 무작정 밖에 나간 것도.
“역시 밤에는 사람이 없구나…….”
이제는 조금 쌀쌀하게까지 느껴지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코토는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성수기도 아닌 비수기였고, 애초에 유명한 명소를 찾아간 것도 아니었다. 거기다 한밤중이었으니, 오히려 사람이 있는 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뭐, 솔직하게 말하자면 사람이 없는 편이 더 좋긴 하지만. 괜히 바닷물에 손을 적시면서 유우키 마코토는 잘 보이지도 않는 수평선을 바라봤다. 낮에도 그랬지만 밤이니까 더 구분이 안 가는걸……. 불빛도 얼마 없고……. 그렇게 한참을 넋을 놓고 밤바다를 바라보던 마코토는 어쩐지 물소리가 범상치 않은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러고 보니 아까보다 물이 더 들어온 것도 같고……? 아니, 이거 들어온 것 같은 게 아니라 들어온 거잖아! 마코토가 여긴 물이 눈 깜짝할 새에 차니까 조심하라는 말을 뒤늦게 기억해냈을 때는 이미 물이 거의 목까지 찬 뒤였고, 놀라서 어떻게든 발버둥을 칠 때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때였다. 아, 나 아직 죽기엔 너무 어린데. 아직 못한 것도 산더미 같이 있는데……. 아니, 적어도 이런 식으로 죽고 싶진 않았는데……. 아, 엄마. 불효자는 먼저 갑니다.
그렇게, 암전됐다.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눈을 찌르는 빛에 마코토는 끄응, 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어라, 나 물에 빠져서……. 생각을 미처 다 마치기도 전에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그가 지금 뭍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거기다 계속 바닥에 누워 있었던 건지 허리에 느껴지는 통증은 덤으로. 아픈 거 보니까 나 죽은 게 아닌가……? 그럼 누가 살려준 건가……?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랐을 무렵, 마코토는 그제서야 시야에 가득 들어온 누군가의 얼굴을 알아차렸다.
“깼어?”
“에……, 그러니까…….”
그쪽이 절 구해주셨어요……? 아직 정신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은 탓에 띄엄띄엄 끊어지는 마코토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 그럼 역시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그, 가, 감사합니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는데…….”
“뭘 이정도로. 이쯤이야 자주 하는 일이고?”
“그래도 감사한 건 감사한 거니까…….”
“아, 그럼 나랑 같이 바다로 갈래?”
“네……?”
“정말? 같이 간다고 한 거지?”
아니, 그건 대답이 아니라 되묻는 거였는데요! 마코토가 차마 대꾸하기도 전에 그는 쏜살같이 말을 내뱉었다.
“그럼 금방 준비해서 올게! 늦어도 사흘이면 될 거야! 그럼 또 여기서 만나자?”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운좋게 금방 적당한 숙소를 발견한 마코토는 이즈미를 침대에 내려주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 아, 아까 두 번이나 넘어졌는데 어디 다치지는 않았나? 여기까지 생각이 다다른 마코토는 근처에 놓여 있던 구급상자를 들고 이즈미에게 다가갔다.
“저기, 그,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여기가 조금 아픈 것 같긴 한데…….”
“자, 잠깐 좀 볼게……. 아니, 그전에 일단 이거라도 좀…….”
아픈 데를 보여주기 위해 자세를 고치려는 이즈미를 보고 급하게 얼굴을 가린 마코토는 차마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리지 못하고 침대의 이불을 아무렇게나 내밀었다. 이즈미가 그것으로 제대로 몸을 가리고 ‘됐어.’라고 말을 한 이후에나 마코토는 얼굴을 가린 손을 내릴 수 있었다.
“그, 그래도 모래밭이어서 그런지 모래가 좀 묻은 것 말고는 그다지 안 다친 것 같네요. 다행, 이라고 해도 되려나, 하하하…….”
“두 번이나 넘어졌는데 안 다쳤다면 다행이라고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그렇네요! 그, 럼 다행인 걸로…….”
그 대화를 마지막으로 침대에 나란히 앉은 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말을 하기 싫기보다는 서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른 것에 가까웠다. 도중에 마코토가 마오에게 어디로 들어왔는지 알리기 위해 잠시 통화를 한 것을 제외하면 두 사람의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침묵을 더 이상은 감당하기 힘들었는지 이즈미는 마코토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저기, 이름이 뭐야?”
“유우키 마코토, 라고 하는데요……. 그쪽은요……?”
“세나 이즈미. 있지, 유우 군이라고 불러도 돼?”
“아, 네. 괜찮아요……. 그럼 전……, 음, 이즈미 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응, 상관없어.”
(신간) 진주가 꾸는 분홍색 꿈
A5, 3000원, R18
마코이즈ts/바닷빛 인연의 속편. 두 사람의 첫경험
“하아…….”
침대에
누운 마코토는 손을 쳐들고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날의 고백
이후 연인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손을 잡거나 같이 밥을 먹거나, 시간을 내서 어딘가 놀러 간다거나, 그런 누가 봐도 ‘사귀네’라는
반응을 할 수 있을 만한 나날을. 물론 둘 다 제법 유명세가 있는 모델인 터라 사람이 많은 곳은 함부로
갈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었기에 감안할 수 있었다. 지금 마코토가
한숨을 쉰 이유 역시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한숨을 한 번 더 내쉰 마코토는 손을 내리고 옆에 놔뒀던
화보집을 다시 펼쳤다.
“역시 이건 정말 너무한 거 아냐……!?”
페이지를
몇 장 넘긴 마코토는 저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고 다시 옆에 화보집을 내려놓았다. 이즈미가 최근에 나왔다며
갖다준 화보집은 해변을 배경으로 한 여름 특집이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기는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역부족이었다.
이
세상 어디를 찾아봐도, 자신의 눈동자 색을 꼭 닮은 하늘색 비키니 수영복 차림에, 머리를 한쪽으로 모아묶고, 한쪽에는 히비스커스 꽃을 꽂은 채로 미소짓는
세나 이즈미를 아무런 흑심 없이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것도 신체 부위 이곳저곳을
강조하는 포즈를 취한 채 도도하게 이쪽을 쳐다보는 세나 이즈미는 더욱 더! 솔직히 이 화보집이 성인물이
아닌 게 더 신기할 정도로 화보집에 실린 이즈미는 섹시미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 화보 몇 개를 떠올리자
금방 또 다시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문지르며 마코토는 아예 화보집을 닫아버렸다. 이즈미 씨는 지금 이게
무슨 의미인지도 잘 모를 텐데! 불만스럽게 중얼거린 마코토는 진정하기 위해 자신과 함께 있는 이즈미를
떠올렸다. 사람들이 세나 이즈미 하면 흔히 떠올린 쿨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마치 봄 햇살처럼 미소지으면서 조심스레 손을 잡아오는……. 아, 귀엽다. 아니, 이게
아니라. 다른 사람은 이즈미 씨가 이렇게 귀여운지 모르겠지? ……그치만
이번 이즈미 씨 화보는 나도 한 번도 못 본 모습인데! 굳이 따지자면 아예 못 본 건 아니고 비슷한
모습은 봤지만! 인어 모습이라든가! 어쨌든 그때는 이렇게
웃어주지는 않았는걸! 이런 거 안 찍으면 안 되냐고 해볼까? 아, 아직 이즈미 씨랑 키스도 못해봤는데……. 아아니, 이것도 아닌데! 마음을 가라앉힐 요량으로 시작한 생각이었지만 어째
사고의 흐름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바람에 오히려 더 곤란해진 마코토는 결국 생각하는 걸 관두고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