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린올랜♀/여정 및 학회를 재구성한 본편 3개와 오리지널 단편 2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정 전반과 올랜도 학회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은 유의해주세요. 한판 스토리를 보고 쓴 원고이며 진영전 스토리가 나오기 전에 완성된 원고입니다....;D
+)선입금 특전 있습니다! 사망 소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유의해주세요!
소나기 내린 날
“……애플 왕국을 지키기로 한 그 약속은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이야기를 마친 올랜도는 자신의 앞에 놓인 블랙
커피를 우아하게 마셨다. 그의 어린 친구들이 놀라지 않도록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했지만 그날의 광경은
아직도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었다. 웅장한 폭포 소리가 울려 퍼지는 그 동굴은 마치
다른 세계와도 같았다. 스며드는 빛조차 얼마 없던 탓에 무채색으로 가득하던 동굴 속에서 유일하게 색을
품고 있던 그 장미는 또 얼마나 붉었던지. 직후에 있었던 일은 역시 얘기하지 않기로 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며
올랜도는 속으로 생각하곤 다시 커피를 마시며 그때 일을 떠올릴 때마다 무겁게 어깨를 짓눌러오는 감각을 최대한 티 내지 않도록 애썼다. 그날은 한 생명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웠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날이었다. 정신을
잃은 사람은 평소보다 훨씬 무겁다고 했던가, 평소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은 중압감에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몸을 억지로 지탱해가며 버텼던 기억이 너무나도 선연했다. 여기서 자신이 무너지면 그 순간 바로
그의 생명 역시 끊어질 것 같았던 기분이 들었다. 한 생명이 스러져가는 소리를 들으며 구조대를 기다리는
시간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아니, 차라리 악몽이라면
좋았을 거라고 바랐었다. 그렇다면 꿈에서 깨는 순간,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것처럼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을 테니까.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우울한 생각을 잘라내며
올랜도는 입술을 한 번 꾹 깨물었다. 알싸한 고통은 흐려진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데에 제법 효과가 괜찮은
축에 속했다. 아무리 과거를 부정해본들 현재가 바뀌는 일 따위는 없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존재할 수 있었을 것인가? 과연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손에 쥐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올랜도에게 있어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둘 다 ‘아니오’였다. 그는 그 자신이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상의 미래를 선택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플린이 지금 이런 나를 본다면 나답지 않다고 놀렸겠는걸. 이미
식어빠진 커피를 괜히 한 번 후 불며 올랜도는 불만스러운 듯이 입을 이죽거렸다. 어쩌겠어, 너 때문이잖아. 커피잔을 비운 올랜도는 자신의 가슴에 달린 훈장에
시선을 주며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조명을 받아 그의 머리색처럼 금빛으로 빛나는 훈장은 볼 때마다 그와
꼭 닮아 있었다. 역시 이 훈장은 내가 아니라 너한테 훨씬 잘 어울려.
졸업식 때 거행된 수여식을 떠올리며 올랜도는 이제 빗소리가 잦아든 바깥쪽을 바라보았다. 소나기였는지
마치 그날처럼 장대비가 좍좍 내리던 바깥은 어느덧 비가 그쳐 고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리고 있었다.
여명과 그림자
인사를 마친 레드가 떠나간 로비에는 그저 침묵만이
감돌았다. 깨진 유리조각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로비는 살풍경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 찰스의 시체를 등지고 선 올랜도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했다. 적어도 저 아이들만은 연루되지 않았길 바랐건만. 그러기엔 시대가
너무 가혹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전쟁의 참상에서 도망칠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올랜도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거기다 이미
추악한 현실의 면모와 몇 번이나 마주한 이들에게 지금이라도 거짓 평화 속으로 도망치라는 말은 통할 리가 없었다.
들려오는 말소리에 그들 역시 맞부딪치기로 뜻을 모았음을 확인한 올랜도는 안경을 한 번 올려 쓰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새벽이 지나고, 어느덧 해가 떠올랐다. 원래 해 뜨기 전이 하루 중에 제일 어두운
시간이라고 하던가. 새벽에 있었던 총격 사건에 올랜도의 마음은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에서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던 쉐도우의 모습과 10년 전 그날
총 끝에 피어났던 붉은 장미꽃이 계속 겹쳐 보이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고 몇
번이고 자신을 다그쳐도 제멋대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나마 그의 일행들이
지금 별장의 아름다운 풍경과 랜슬롯에게 정신이 빠져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 후
적당한 핑계를 대 별장을 빠져나온 올랜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핑계라고 하긴 했으나 연방 안전국에 가야 한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고, 시간 역시 촉박했다. 자신은 지휘관이었고
더군다나 그들이 추적하던 대상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니 한시라도 발걸음을 늦출 순 없었다. 이렇게 감정을
소모할 시간 따위는 더더욱 존재하지 않았다.
밤하늘에 바친 맹세
요원들에게 쉐도우에 대한 신상을 넘겨준 올랜도는
자신의 책상 위에 어지럽게 널린 문서들을 집어들었다. 그 문서에 적힌 내용들은 모두 쉐도우에 대한 것이었다. 이미 수십 번을 넘게 읽은 것들이라 이제는 문서를 손에 들기만 해도 그 문서 어디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바로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올랜도는 문서를 한 번 더
읽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안경을 고쳐쓴 올랜도는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던 문서들을 순서대로 정리해 이미
눈에 익을 대로 익은 문장을 천천히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상해.”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올랜도는 안경을 밀어올리고
손으로 두 눈을 감쌌다. 문서를 몇 번을 봐도 677년 이전에는
그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봤을 때, 쉐도우는 그가 등장한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니드호그의 사람이었음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피의 저주에 아예 구애받지
않는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이 미라클 대륙에 피의 저주의
제약이 다른 사람들보다 낮은 이는 몇몇 존재하지만 그 저주에서 아예 해방된 이는 쉐도우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물며 제약이 낮은 이들의 기록도 멀쩡히 남아있는 판에 그에 대한 기록이 고작 3년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너무나도 큰 난제였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여전히 웃는 낯으로, 하지만 눈은 웃지 않은 채로 올랜도는 싸늘하게 대답했다. 이것은
그 뿐만이 아닌 클럽 전체를 향한 하나의 선전포고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쉐도우는 낮게 중얼거렸다.
“……시시한 수작이군.”
“그래? 그렇게
생각한다면 유감이네. 난 이게 네가 제일 좋아하는 해결 방식인 줄 알았어.”
하지만 때때론 이렇게 시시한 수작이 먹힐 때도
있잖아? 한 번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한 올랜도에게 쉐도우는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마음대로
해.’라며 짤막하게 대답했다. 아무런 감흥이 없어 보이는
그는 돌진해오는 경호원들을 보고선 망설임없이 총을 꺼내 들었다.
“플린!”
얼굴을 찌푸린 올랜도의 외침에 쉐도우는, 아니 플린은 불만스럽게 그를 힐끗 한 번 보고선 총을 쏘는 대신 개머리판으로 경호원들을 내려치는 쪽을 택했다. 단번에 경호원들을 제압한 플린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소녀를 보호하며 뒤쪽의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여긴 너에게 맡기지.”
“안심해.”
수공예품
개인 사정으로 인해 샘플의 업로드가 늦어지고 있습니다ㅠ.ㅠ)999 행사 전까지 계속 추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