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이즈/Sound Horizon(성전의 이베리아/연인을 쏘아 떨어뜨린 날) 크오 ※원작을 몰라도 읽는 데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4p의 삽화가 들어갑니다!
“이건 뭐지……?”
동굴 안쪽 깊숙한 곳에서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무언가를 보며 이즈미는 고개를 갸웃했다. 꼭 돌로 만든 누에고치 같이 생긴 그것에, 이즈미는 홀린 듯이 손을 뻗었다.
“우왓!?”
이즈미의 손이 고치에 닿자, 고치는 강렬한 붉은빛을 내뿜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이즈미가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뱉는 것도 잠시, 누에고치 속에 잠들어 있던 누군가가 천천히 눈을 뜨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누, 구?”
세나 이즈미. 그쪽은? 이즈미는 자신의 이름을 얘기해주고 되물었다. ……나가,
레, 오.그의 대답은 드문드문 노이즈가 섞인 것처럼 애매했다. 레오라고 부르면
돼? 이즈미의 말에 그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오 군?”
“응, 세나가 그렇게 부른다면.”
이즈미의 부름에 레오는 확연히
선명해진 목소리로 답하며 몸을 일으켜 고치 속에서 빠져나왔다. 고치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 덕분에 이즈미는
레오의 모습을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석양을 그대로 담아낸 주홍빛 머리칼, 페리도트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머리 위에 삐죽 솟아나있는
두 개의 뿔. 아, 얘 사람 아니구나. 물론 그럴 것 같았지만. 이즈미의 시선이 자신의 뿔에 향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자신을 빤히 보고 있자 레오는 재밌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즈미에게 물었다.
“안 놀라네? 나 인간 아닌데.”
“그럴 것 같단 생각은 했지만? 그래서 레오 군 정체가 뭔데?”
“악마. 불꽃의 악마.”
“하아…….”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욕심내지
말걸. 깜깜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이즈미는 짜증난다는 말을 연발했다. 막
돌아가려 할 때에 1년 중 단 하루만 핀다고 해도 좋을 귀한 약초를 발견한 것이 화근이었다.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몇 발자국 간격으로 자라있는 그것들을 따라가 어느 정도 다 땄을 땐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숲 한가운데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뭐라도 갖고 올걸. 짐을
더 늘리기도 싫고, 이 근처는 자주 와봤으니 굳이 지도나 그런 걸 안 챙겨도 괜찮겠지 하는 자만이 불러온
결과였다. 최대한 기억을 되짚어 자신이 들어온 길이라 짐작되는 길을 따라 몇 발자국이나 걸었을까, 누군가의 손이 우악스럽게 그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지금 그쪽으로 가면 위험해. 마물한테 잡아먹힐 거라고~?”
“ㅁ, 뭐?”
이즈미를 자신의 뒤쪽으로 잡아당긴
목소리의 주인은 활을 제대로 고쳐잡은 후 이즈미가 방금까지 향하고 있었던 방향을 향해 활시위를 당겼다. 휙
하고 화살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나고, 얼마 안 가 무언가에 박히는 소리, 그리고 그 무언가가 괴로운 듯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
소리들에 이즈미가 뜨악하는 표정을 지으며 활을 쏜 이를 쳐다보자, 그는 ‘내 말 맞지?’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야 지금
일어난 일을 이해한 이즈미는 그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그쪽이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죽을 뻔 했네요.”
“그렇게 예의차릴 거 없는데.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고?”
무안한 듯 손사래질을 하는 남자에게
이번엔 작별 인사를 한 이즈미는 거짓말처럼 눈에 익은 길을 발견하고 작게 혀를 찼다. 뭐야, 여기 바로 마을 근처였잖아? 이것도 함정의 일부인가. 다음부턴 반드시 뭐라도 들고 다녀야지.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이즈미가
막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때, 아까 그 남자가 급하게 이즈미를 붙잡았다.
“저기, 혹시 이 근처에 마을이라든가 그런 거 있어?”
“……이 근처에 내가 사는 데
있긴 하지만?”
“그럼 거기까지만 데려다 주라! 응?”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기에 이즈미는
남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번엔 자신이 남자를 자신 쪽으로 이끌었다. 그에게 있어서는 제법 중대한
문제였는지 남자는 이즈미가 고개를 끄덕인 이후로 확연히 밝아진 표정을 지으며 콧노래까지 부르며 이즈미를 따라왔다.
“이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할까? 난 츠키나가 레오! 그쪽은?”
“세나 이즈미.”
“세나는 이름도 예쁘네! 뭣 때매 여기 있었던 거야?”
“약초 캐러. 그러는 그쪽은?”
“에에-, 이름 알려줬잖아! 편하게 불러도 괜찮다고?”
“……그러는 레오 군은?”
“난 아까도 말했다시피 마물 사냥
하러! 아까 그놈에만 너무 신경을 써서 세나 아니었으면 노숙할 뻔 했다니까? 세나랑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그래, 그래.”
(구간) 달에게서 샘으로의 세레나데
A5, 8000원
레오이즈ts/고3 천재 작곡가 레오×20대 중반 탑 모델 이즈미 ※약간의 마코이즈 요소, 레오의 지인인 모브가 나옵니다
공원 벤치에 걸터앉아 작곡에 한창 열중하던 레오는 더 이상 쓸 종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움직이던 펜을 멈췄다.그나마 마침 딱 맞춰 마지막 음표를 그려 넣을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마지막으로 마침표를 그려 넣은 레오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이미 깜깜해진 지 오래인 주위를 둘러보았다.어라,분명 방금 전까지는 낮이었는데?나 시간여행이라도 한 건가?작곡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시간의 흐름마저 잊어버린 레오는 이미 해가 진 지 오래인 밤하늘을 올려다봤다.도심인 탓에 하늘에는 달과 몇몇 밝은 별만 외로이 띄엄띄엄 반짝이고 있었다.그 허전함을 달래주려는 듯 공원 여기저기에는 가로등이 지상의 별 마냥 빛을 밝히고 있었으나 역시 아쉬운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뭐,별 수 없나.아쉬움을 삼킨 레오가 더 늦기 전에 집에 돌아가기 위해 막 의자에서 일어났을 무렵,공원 수풀 어딘가에서 누군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그냥 지나칠도 하련만,어쩐지 그 소리가 신경 쓰인 레오는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대체 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이 세상에서 유우 군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건 난데. 걔보단 내가 훨씬 더 유우 군한테 잘해줄 수 있는데. 한 번 터진 눈물은 쉽사리 그치지 않아서 이즈미는 결국 눈물을 닦으려는 것마저 포기했다. 지금쯤이면 얼굴도 완전 엉망이겠지. 그다지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면서 킁 하고 코를 한 번 들이킨 이즈미는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와,대단한 얼굴.”
“시,신경 끄지 그래!?”
누군가가 자신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봤다는 것에 부끄러워진 이즈미는 괜히 신경질을 내며 급하게 물티슈를 꺼내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물티슈에 묻어 나온 검은 것들을 보자 정말 최고로 엉망인 얼굴을 다른 사람한테 보였구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절로 화끈해졌다.그것도 생면부지인 사람한테?이게 말이 돼?나 세나 이즈미인데?그러니까 역시 얼른 집에 갔어야 했는데……!머리 끝까지 부끄러움과 화가 치밀어오른 이즈미는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계속 자신을 따라오며‘왜 울고 있어?무슨 일 있었어?’라고 귀찮을 정도로 물어오는 그에게 이즈미는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였다.
“알 바 없잖아?너랑은 관련없는 일이니까 그만 신경끄고 네 갈 길이나 가지?”
거기다 나이도 어려보이는 게 초면부터 반말이나 하고 말이야!쫓아내려는 듯 훠이훠이 소리를 내며 손짓을 한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지 그는 계속 이즈미를 따라왔다.정말,보는 눈은 있어가지고!계속 자신을 따라오는 모습에 이즈미는 몸을 홱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저리 가라니까?왜 계속 따라오는 건데?”
“이거 주고 싶어서!음……,위로의 선물 같은 거?아무래도 그쪽이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얘도 그쪽이랑 가는 게 더 행복할 테니까!”
“하아?”
손에 든 것을 받지 않으면 받아줄 때까지 떠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이즈미는 그와 그가 내민 종이뭉치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결국 신경질을 내며 빼앗다시피 종이뭉치를 받아들었다.대충 훑어보니 음표가 어지럽게 적힌 게 무슨 곡의 악보 같았다.선물로 줄 거면 좀 알아보게라도 쓰던가,완전 휘갈겨 놓고선 대체 뭐야!죄없는 악보에게 신경질을 내던 이즈미는‘그럼 이제 가도 되지?’라고 툭 내뱉고는 대답조차 듣지 않고 성큼성큼 공원을 나섰다.한참을 걸어가던 이즈미는 그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선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정말,웬 이상한 꼬맹이람.손에 들린 악보를 보고 고개를 휘휘 저은 이즈미는 길 한켠의 쓰레기통을 발견하고는 악보를 그대로 거기다 처박을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 결국 버리지 않기로 결심한 듯 악보를 손에 쥐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흥,꼬맹이 주제에 보는 눈은 있어서…….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
그때까지도 딱히 내키지 않는 듯 이즈미는 턱을 괸 채로 고개만을 끄덕여 대답했다.그러나 그것도 잠시,흘러나오는 선율에 저도 모르게 이즈미는 그 연주에 흠뻑 빠져들었다.마치 별이 영롱하게 빛나는 밤하늘 같은 곡이었다.해가 지는 것과 동시에 하나 둘 뜨기 시작한 별들이 어느새 밤하늘을 가득 메우고,그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의 빛이 쏟아져 내리는 것만 같은,그런 느낌.어딘가 쓸쓸하면서도 환상적인 연주는 어쩐지 위로받는 것만 같았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서도.
“어라-,또 우는 거야?”
“누,누가 울었다는 거야!?”
여운에 젖은 탓인지 연주가 끝난 후에도 멍하니 앉아있던 이즈미는 레오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정신을 놓고 있었던 게 부끄러운지 아까 전보다 날카로워진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온 레오는‘그치만 여기 눈물 맺혀있는걸.’이라면서 부드러운 손길로 어느새 이즈미의 눈가에 맺혀있던 눈물을 훔쳐내주었다.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당황한 나머지 이즈미는 레오의 손을 쳐내려 버렸으나 레오는 그저 싱긋 웃을 뿐이었다.
“울지 마-,울면 이 곡을 준 이유가 없어지잖아?”
“그러니까 안 울었다니까…….어쨌든 다 들었으니까 가도 되지?”
“맘에는 들었어?”
“……몰라.”
‘에에-’ 소리를 내며 아쉬워하는 레오를 뒤로 하고 이즈미는 급하게 카페를 나섰다. 금방이라도 따라올새라 걸음을 빠르게 한 이즈미였지만, 다행히 이번에는 레오가 따라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