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프리파라에 어서 오세요! 본문
“여기가 바로 프리파라……!”
손에 들고 있던 프리티켓을 다시 한 번 꼭 쥐며 아이카는 프리파라 안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검은색의 숏 드레스가 아직까지도 어색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입고 라이브를 하면 되는 건가? 그럼 나도 언젠가 아모로시아처럼……!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상기시킨 아이카는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방금 전까지 느끼던 어색함을 집어던지고 머리에 쓴 티아라를 고쳐쓰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프리파라TV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오늘도 감사했어요~! A million Thank you~!”
“라이브 잘 즐겨주셨나요? 다음에도 또 만나요!”
“다음 라이브도 기대해줘~!”
터져나오는 주위의 함성에 지지 않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아이카는 손에 든 사이리움을 힘차게 흔들었다. 아, 오늘도 내 가수가 예쁘고 멋지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원래도 노래하고 춤추는 걸 보는 걸 좋아하는 그녀였지만 이렇게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해본 건 처음이었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만큼 그들의 무대가 가슴에 확 와닿는 무언가가 있다는 얘기였다. 아모로시아의 무대를 처음 본 것은 정말로 우연이었지만, 그 한 번에 아모로시아에 푹 빠진 아이카는 이제 그들의 무대는 모두 개근할 수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타공인의 열성팬이었다.
아모로시아가 모습을 감추고 점점 사이리움의 빛이 잦아들어갔다. 사이리움을 끄고 아무도 없이 고요한 무대를 가만히 바라보던 아이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모로시아처럼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을까?
나도 노래하고 춤추는 거 좋아하는데! 그리고 잘하면 아모로시아랑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아, 이건 너무 속 보였나. 그래도 저렇게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할 수 있었음 좋겠다!
이런 마음도 인정해주는 걸까, 얼마 안 가 거짓말처럼 프리티켓이 도착했다.
* * *
이 정도면 데뷔 무대치고는 제법 잘한 편 아닐까? 뭐 어때, 내가 맘에 들으면 됐지! 첫 라이브를 무사히 마친─명백히 자기 기준으로─ 아이카는 관객석 쪽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을 들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평소에는 저 가운데서 사이리움을 흔드는 입장이었는데 이렇게 무대 위에서 흔들리는 사이리움을 바라보자니 마치 밤하늘 위에서 노래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침 지금 입고 있는 옷도 밤하늘이 모티브였던 탓인지 꼭 자신이 밤의 정령이나 요정이 된 것 같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자신을 잘 아는 누군가가 그 말을 들으면 지금 주책맞게 무슨 소리냐고 면박을 줬을 게 분명하지만. 뭐 어때! 지금 아무도 내가 ‘나’일지 모를 텐데!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목소리를 떨쳐내려는 듯이 고개를 이리저리 저은 아이카는 근처에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쳐다보았다. 가슴께까지 물결치는 검은색 웨이브 머리는 평소보다 세련돼보였고, 항상 쓰고 있던 뿔테안경을 벗어던지고 대신 선명한 컬러렌즈를 낀 눈은 스타 사파이어를 두 눈에 그대로 박아넣은 것 같아 어색하게 느껴지면서도 마음에 꼭 들었다. 아예 색깔도 바꿔버리는 게 나았으려나?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여러 각도로 비춰보던 아이카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흑발벽안은 이 세상의 진리 중 하나인걸! ‘역시 색은 바꾸지 않는 걸로!’로 결정을 내린 아이카는 어쩐지 뒤쪽에서 누군가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착각했나?”
분명 누가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거짓말처럼 사라진 느낌에 아이카는 고개를 돌려 여기저기를 살펴봤지만 사람의 그림자는커녕 아까까지 느껴졌던 기척도 사라진 것에 결국 자신이 착각한 거라고 결론을 내리고 슬슬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 * *
“저, 저 혹시 아모로시아의 미뉴 씨인가요……!?”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프리파라에 입장한 아이카는 광장에서 어쩐지 익숙한 뒷모습을 발견하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 말을 걸었다. 갑자기 등뒤에서 큰 소리가 들린 탓에 놀란 표정을 짓던 금발의 여자는 아이카를 쳐다보고는 그녀가 누군지 감이 온 건지 환하게 웃으며 아이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아이카 씨군요! 늘 라이브에 와주셔서 감사해요. 저희도 항상은 아니지만 종종 아이카 씨의 라이브를 봤답니다♪”
아모로시아가 내 라이브 봤대. 그리고 미뉴가 천사야.
“앗, 아이카 언니다! 저번에 언니 라이브 완전 멋졌어!”
아밀이 완전 귀여워.
“아이카 씨를 이런 데서 만날 줄은 몰랐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해요?”
론도 대박 잘생겼어.
언젠가 아모로시아를 만나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안 했는데……! 너무나도 기쁜 나머지 반쯤 정신을 놔버린 아이카는 한참 후에나 정신을 차리고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아, 저 진짜 이런 데서 아모로시아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진짜 매번 멀리서만 보다가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고 잘생긴 것 같고, 미뉴 씨 진짜 너무 예쁘고 아밀이 진짜 너무 귀엽고 론도도 너무 잘생겼고…….”
“와아, 고마워 언니! 언니도 진─짜 예뻐!”
“아밀아, 팬한테는 존댓말 쓰라고 했잖니! 아, 칭찬은 정말 감사해요. 아밀이 말대로 아이카 씨도 예쁘답니다.”
“맞아요, 맞아요! 그리고 라이브도 멋지던데요?”
“가. 가, 감사합니다!”
“아, 이것도 인연인데 우정티켓 교환할까요?”
“아밀이랑도~!”
“어머, 얘들도 참……. 저희는 괜찮으니까 아이카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저, 저는 완전 영광인데요!?”
급하게 내뱉느라 삑사리를 내버린 아이카의 모습에 아모로시아의 세 명은 쿡쿡 웃더니 그럼 우정티켓을 교환하자며 셋의 우정티켓을 아이카에게 내밀었다. 허둥지둥 이곳저곳을 뒤져 자신의 우정티켓을 내민 아이카는 아모로시아의 우정티켓을 받아들고 기쁨에 겨워 그들에게 몇 번이나 감사의 뜻을 전했다. 우정티켓 교환을 마친 아모로시아는 이제 가봐야 한다며 아이카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아모로시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다고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톡톡 치는 것에 놀라 그쪽을 휙 돌아보았다.
“누, 누구……!?”
“……시에나, 시에나라고 불러줘.”
“에…….”
분홍색의 웨이브진 머리에 신비로운 보랏빛의 눈을 한 소녀는 시에나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알 듯 모를 듯한 눈웃음을 지었다. 분명 첫만남일 텐데 어쩐지 기시감이 들어 아이카는 고개를 갸웃했다. 시에나는 몽롱하게도 나른하게도 느껴지는 느릿느릿한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데뷔할 때부터 지켜봤는데 네 무대 정말 맘에 들어. 괜찮으면 나중에 같이 라이브 할래?”
“에, 에엑? 상관없지만……, 요!?”
“약속한 거야?”
아이카의 답을 들은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진홍색의 스커트 자락을 흔들며 멀어져갔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에 아이카는 의문에 가득 차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쟨 진짜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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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받은 리퀘엿지...ㅠㅠㅋ열님 리퀘였던 아모로시아 덕질하는 아이카랑...신비로운 소녀 시에나랑...프리파라 설정은 팬북으로 봐서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머쓱...) 시에나 분량...너무 적은데 시에나 얘기로 넘어가면 또 잔뜩 길어져야 할 것 같아서 일단 여기서 끝....헤헤...(이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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