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마나미+애슐리]Sweet Magic 본문
“여긴 또 어디람.”
결국 길을 잃어버리고 만 마나미는 입을 삐죽이며 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처음으로 혼자, 그것도 자유 여행을 떠난 것은 좋았다. 생각 이상으로 들뜬 탓에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이렇게 길을 잃는 것은 좋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낯선 곳이어서 그런지 지도 앱도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고, 사람도 거의 지나다니지 않아 길을 물어보는 것도 불가능했다. 어디로 가야 큰길이 나오지? 너무 이리저리 헤맨 탓에 점점 고파오는 배를 문지르던 마나미의 눈에 어느 작은 빵집이 눈에 띄었다.
“아, 모르겠다. 일단 먹고 생각할래!”
마침 배도 고프겠다, 안에 누가 있을 테니 그 사람에게 길도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하며 마나미는 아무런 주저 없이 빵집의 문을 열어제꼈다. 경쾌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코를 가득 메우는 맛있는 냄새에 약간은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어 마나미는 크게 숨을 들이켰다.
“라즈베리가 들어간 머핀 같은 건 없으려나~”
서너 가지의 빵을 집어든 마나미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빵은 없나 하며 진열대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가게 이름에서부터 그렇게 느꼈지만 아무래도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개인 빵집인 건지 손으로 직접 쓴 메뉴명과 가격이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라즈베리 머핀은 준비되어 있지 않은 듯 진열된 머핀들 뒤로 밀려난 라즈베리 머핀의 이름표에 마나미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잼이 들어간 빵을 이것저것 계산대 위에 올려놓았다.
“어머, 한눈을 파는 사이에 손님이 오셨네! 이렇게 계산해 드리면 될까요?”
“얼마예요?”
“어머어머어머, 그것도 먼 곳에서 오신 손님이네! 미안해요, 말을 너무 빨리 해버렸네! 음, 그러니까- 잼 들어간 거 좋아하나봐요?”
아무래도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은발의 여자는 뭐라뭐라 말을 계속 늘어놓다가 마나미를 몇 번 훑어본 이후에 그녀가 외국인인 걸 알아본 듯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의 속도를 줄여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한결 알아듣기 편해진 말에 마나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말을 계속했다.
“혹시 바빠요? 괜찮다면 좋아하는 걸로 하나 만들어줄게요. 아, 부담스러워 할 필요는 없고요! 이왕 먼 데서 왔는데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요!”
“시간 많으니까 괜찮아요. 길 잃었기도 했고. 그럼 라즈베리 머핀으로요.”
“아하~ 어떻게 왔나 싶었더니 길을 잃은 거구나? 이따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알려줄 테니까 여유롭게 기다려요? 테이블이랑 저기 있으니까 빵 먹으면서 기다려도 되고!”
여자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 마나미는 고개를 끄덕이곤 계산을 마친 빵을 들고 테이블에 가 앉았다. 예상치 못한 지출이었지만 그다지 큰 지출도 아니었기에 이쯤이야 얼마든지 여행의 묘미로 넘길 수 있는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 가장 가까운 곳에 놓여 있는 크루아상을 한 입 베어물은 마나미는 생각 이상의 맛에 눈을 몇 번 깜빡였다. 와, 이거 진짜 맛있는걸? 바삭바삭하면서도 고소한 페스츄리와 어우러지는 새콤달콤한 딸기잼의 맛은 지금까지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한 맛이었다. 저도 모르게 맛있다는 말을 내뱉으며 눈 깜빡할 사이에 크루아상을 해치운 마나미는 이어서 크랜베리가 씹히는 롤케이크와 사과잼이 잔뜩 들어간 파이까지 바로 해치우곤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물론 배고픈 탓도 있었겠지만 이 빵집의 빵은 배가 불렀을 때라도 손이 갈 정도로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다 맛만 있던 것도 아니고 모양도 제법 신경 쓴 것 같고.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찍어둘 걸 그랬나. 가격이 꽤나 싼 축이었기에 별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냥 손이 먼저 나간 게 못내 아쉬웠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지쳐 있었던 탓이었지만. 아쉬운 마음에 진열대를 여기저기 구경하며 사진을 찍는 동안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마나미가 자리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가 라즈베리 머핀이 담긴 트레이를 들고 마나미가 앉아 있는 자리로 오는 것이 보였다. 큼지막한 것과 그에 비해 작은 것이 섞인 머핀들은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며 얼른 자신을 먹어달라고 하는 것 같이 보였다. 여자가 먹으라고 하자마자 작은 것 하나를 집어들어 입에 쏙 밀어넣은 마나미는 촉촉한 나머지 입에서 살살 녹으며 라즈베리 향을 입 안 가득히 채우는 머핀의 맛에 마나미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원하는 만큼 가져가도 돼요. 이건 돈 안 받을 테니까.”
“정말요?”
“그럼요. 이 머핀은 그쪽을 위한 마법이 걸려 있으니까.”
“마법?”
“먹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달콤한 마법, 이라고 할까. 그래서 얼마나 포장해줄까요?”
여자의 말을 거절하지 않고 마나미는 머핀의 3분의 2쯤을 챙겼다. 마나미의 말에 다 가져가도 된다며 웃은 여자는 빠른 속도로 포장을 마치곤 포장된 머핀과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명함이고, 이건 약도! 아무래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단 이쪽이 편할 것 같아서요. 여자의 말에 고개를 숙여 감사인사를 표한 마나미는 어느덧 저물어가는 해를 보고 빵집을 나섰다.
*
“다 가져가도 됐는데.”
남은 머핀 중 하나를 삼키며 애슐리는 방금 가게를 떠난 자줏빛 머리의 손님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이왕 포장해간 김에 주변 사람들한테도 달콤한 마법을 잔뜩 퍼뜨려주면 좋겠네! 나머지를 진열대에 진열하며 애슐리는 초인종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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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님 리퀘였던 마나미랑 애슐리~! 제목은 애슐리네 빵집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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