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헨리에인]시선의 끝에 있는 이 본문
복도를 걷던 에인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딱히 별 게 있지는 않았다. 언제나 익숙한 복도의 풍경, 그리고 지나다니는 사람들. 에인과 같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역시 딱히 뭔가를 발견하지 못한 그의 친구가 의아한 듯이 에인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래, 에인? 뭐 까먹은 거라든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반쯤은 사실이었다. 분명 뭔가가 느껴져서 뒤를 돌아본 것은 맞지만,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분명 무언가 있다는 것이 느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런 류의 일에는 꽤나 무관심한 자신에게도 느껴졌을 정도였으니. 아니,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으니까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일에 관해서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며 에인은 원래 가던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는지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않기로 하면서.
* * *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나 시선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에는 시선의 정체는 커녕, 확실히 느껴졌던 그 시선마저도 사라지고 없었다. 착각이었을까? 하지만 착각이라기에는 그 느낌은 너무나도 강렬했다. 아니면 꿈? 그렇지만 지금 꿈을 꾸고 있지 않다는 사실은 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느낌은 분명, 예전에 느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의……. 그렇다면 그때도 착각이 아니었던 걸까? 생각을 거듭하던 에인은 고개를 몇 번 가로저었다. 계속 생각해봤자 딱히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 그냥 예전처럼, 더 이상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넘어가기로 하자. 그래, 역시 그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 해도, 이 시선의 끝에 있는 이가 누군지 알고 싶었다. 어째서 자신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지가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시선은 절대 기분 나쁘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너무나도 애틋하고도 어쩐지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런 시선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문득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아차린 에인은 다시 몇 번 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 이럴 생각을 할 때가 아닌데. 어쩐지 뺨에서 열이 나는 듯한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에인은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럼 꼬마독수리군~?”
“그렇게 부르고 싶으시다면 그렇게 불러주시면 됩니다.”
“워후, 뭔가 새로운 느낌의 후배님일세-? 보통 꼬마를 붙이면 반응이 있는데 말이야.”
“……? 딱히 나쁜 뜻은 아니니까요.”
이상한 기시감에 에인은 몇 번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이 선배님과 만난 건 오늘이 처음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 낯익은 느낌이 드는 걸까……? 분명 얼굴도 오늘 처음 봤는데, 목소리도 오늘 처음 들었는데, 대화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일 텐데, 어째서 이렇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걸까……? 역시 이것도 그저 한순간의 착각?
아냐, 착각이 아냐. 나는 이 눈빛을 알고 있어. 이 눈빛은……, 이 시선은…….
* * *
……선배님은 제가 계속 찾았던, 제가 계속 보고 싶었던, 그리고 계속 만나고 싶었던 그 분이실까요? 아니, 이미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니 괜한 질문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이상하죠, 그렇게나 계속 같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깨닫다니. 그리고 제가……, 선배님을 좋아하게 된 것도 역시 그것 때문일까요? 아, 역시 이 질문에 대한 답도 제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죠. ……분명 그 분이 선배님인 것을 알기 전부터, 저는 그 분을……, 좋아하고 있었을 테니까. 그저 그것을 지금 눈치챘을 뿐.
그렇지만 모든 걸 다 깨달은 지금도, 단 하나, 단 하나 알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선배님이 어떤 마음을 갖고 계시는지를. 선배님도 저와 같은 마음이실까요? 이것만은 제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긍정의 답을 원하는 건, 그저 제 욕심인 걸까요? 역시…… 그런 거겠죠?
그렇다면 적어도, 제 마음만은 전하고 싶습니다.
*
“……좋아, 했습니다……. 선배님.”
헨리의 옷자락 끝을 붙잡은 에인은 겨우 말을 끝마치고서 눈을 꽉 감았다. 이게 아닌데, 절대 과거형이 아닌데, 지금도, 지금도 이렇게나 가슴이 뛰는데, 지금도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는데, 절대…… 과거형이 아닌데…….
……역시 이런 말로는, 절대 긍정의 답을 바랄 수 없겠죠. 역시 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죠.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마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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