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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헨리에인]인어au 본문

1차/단편

[헨리에인]인어au

시나모리 2016. 6. 8. 19:29

 “있잖아, 에인. 밤말고 낮에 만날 생각은 없어? 분명 우리 처음 대화했을 때는 낮이었던 것 같은데-”

 “하, 하지만 그때는……, 불가항력적이었고……, 잠깐이었으니까……. 낮이면 분명……, 이거, 눈에 띌 테고……. 그리고…….”

 헨리의 질문에 에인은 더듬더듬 대답하며 물 밖으로 살짝 꼬리 지느러미를 꺼내보였다. 그리고 그 뒤엣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는 있었다. 워낙 수줍음을 타는 애니까, 자신 이외의 인간과 만나면 분명 숨어버릴 것이다. 물론 그전에 자신도 이 애를 다른 사람과 만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그렇지만 분명 이런 말을 하면 또 얼굴을 잔뜩 붉히며 숨어버릴 테니 안 하는 게 낫겠지.

 “뭐, 밤에 만나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더 밝은 데서 우리 에인을 보고 싶달까- 에인은 그렇게 생각 안 해?”

 “으…….”

 “에이, 얼굴 감추지 말고.”

 이번 질문엔 대답하기 곤란한지 에인은 수면 밑으로 얼굴을 반쯤 감춰버렸다. 그 모습에 헨리가 몸을 기울여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며 속삭이자 에인은 당황한 듯 더 깊이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정말, 이러면 곤란하다고? 헨리가 아쉬운 듯 혀를 차며 몸을 일으키자 그제서야 에인은 다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이것 참, 내가 물 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자, 물 속으론 그만 들어가고- 대답해줘야지?”

 “그, 그렇게 생각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낮엔……, 이렇게 오래……, 대화……, 못 할 테니까…….”

 “아하하, 그런 이유였어? 음……, 어떡할까. 다른 데를 찾아봐야 할까?”

 에인의 대답에 헨리는 웃음을 터뜨리며 에인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또 다시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였으나 이번에는 아까처럼 물 속으로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았다. 헨리가 손을 뗀 이후에도 한참 동안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던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말을 걸었다.

 “근데 오늘 따라 웬 일로 낮에 만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신 겁니까? 뭔가 특별한 거라도……?”

 “오늘 따라라니. 난 맨날 낮에도 밤에도 에인 만나고 싶은걸.”

 “마, 말 돌리지 마시고……! 뭐, 뭔가 있는 거죠……!? 그쵸……!?”

 또 다시 당황한 듯한 에인의 반응에 말없이 웃던 헨리는 에인이 뾰루퉁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그제서야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어차피 에인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이쪽에서 밝힐 거였으니까, 지금 말해도 뭐, 상관은 없겠지. 손짓으로 에인을 부른 헨리는 에인의 손바닥 위에 장미 한 송이를 올려주었다.

 “사실은 말이야, 이런 건 바닷속이나 바닷가에서 보기 힘드니까. 그런데 밤이면 모양은 보여도 색은 잘 안 보이잖아? 그래서 낮에 만났으면 하는 거지. 제대로 보여주고 싶으니까.”

 “와아……. 확실히, 이런 꽃은 처음 봅니다만…….”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붉게 물든 얼굴을 한 에인을 본 헨리는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지금이 낮이었으면 말 그대로 장밋빛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으려나. 아, 그렇지. 좋은 생각이 났다.

 “다음에 만나면 또 다른 것도 보여줄게. 대신, 낮에 만난다는 가정 하에.”

 “……고민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그래, 난 언제라도 괜찮으니까? 지금 지상에는 이거 말고도 다른 꽃들도 잔뜩 피어 있으니까 말이야, 긍정적으로 고민해봐?”

 “예…….”

 “아, 맞다. 그거 머리에 달아줄까?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아, 아뇨. 괜찮습니다. 굳이 안 그러셔도…….”

 “에이, 거절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이리 와봐.”

 “정말 괜찮은데…….”

 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 쪽으로 가까이 오는 모습에 헨리는 속으로 웃으며 장미를 머리에 달아주었다. 아, 정말 혼자 보기엔 아까울 정도로 잘 어울리는걸. 그렇다 해서 다른 사람한테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응, 절대로.

 “그……, 이상하진 않습니까? 이런 건……, 처음이라…….”

 “아니, 정말 잘 어울려. 다음엔 거울이라도 갖고 오든가 해야겠다. 에인은 직접 눈으로 봐야 그런 말 안 하겠지?”

 “정말……, 앗!”

 또 다시 얼굴을 붉히는 것도 찰나, 에인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갑자기 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내가 그렇게 부끄러운 말을 했나?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 뒤를 돌아본 헨리는 멀리서 다가오는 인영에 얼굴을 구기고 못 본 척 고개를 돌려 수면 위에 떠다니는 장미를 건져냈다. 충격을 받은 듯 꽃잎 몇 장이 떨어져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었다.

 결국 언제 낮에 볼 수 있는지, 그건 못 물어봤잖아.


---

인어au 단편 끄적끄적...언젠가는 장편으로 올라올 거예요 반드시!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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