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Sound Horizon]아침과 밤의 틈새 본문
“자, 다녀오렴.”
“Oui, monsieur.”
쌍둥이 인형이 떠난 관(館)은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고요함이 건물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척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 공간에서 이베르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픽 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애초에 이 아침과 밤의 틈새라는 찰나의 공간에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연속된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정체된 시간과 그 모순된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모순된 존재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이와 자아를 갖고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 그 모순됨에 걸맞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하늘의 움직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뒤틀리고 일그러진 황폐한 풍경들뿐이었다. 물론 그것에 딱히 불만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시당초 이곳은 임시 거처에 불과한 곳이었다.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그 즉시 그 이야기로 떠날 테니까.
……다만 그 이야기를 찾는 게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일 뿐.
뺨을 쓰다듬는 메마른 바람에 이베르는 잠시 열어뒀던 창문을 다시 닫았다. 언제 창을 열어봐도 변함없는 똑같은 풍경인 탓에 굳이 창문을 열지 않아도 그 모습을 알 수 있을 터인데, 매번 굳이 이렇게 창문을 열어보는 이유는 자신조차 잘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금방 닫아버릴 게 분명한데도.
방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걸터앉은 이베르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혼자 있으면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나기 마련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떠오르는 기억은 언제의 기억이었더라. 저번? 저저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법 예전의 기억일 것이다.
‘죄송해요, 무슈……. 이번에는 정말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럴 듯한 이야기였는데…….’
‘아냐, 괜찮아. 다음 번엔 꼭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겠죠, 무슈?’
‘저희 힘낼게요!’
‘그래, 그래.’
아가씨들이 찾은 그 이야기는 추운 겨울이 배경인 한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는 자신이 들어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너무 완벽한 나머지 어떤 개입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여태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그러했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여느 때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지만, 그때는 어쩐지 평소보다 실망했었다. 잔뜩 실망한 아가씨들을 달래느라 이베르 자신은 그 실망감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었지만.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끊임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끊기 위해 이베르는 괜히 머리를 어지럽히며 들어줄 이 없는 말을 내뱉었다. 존재 이유가 없는 그 말은 얼마 안 가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또 다시 적막만이 남았다. 마치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처럼.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아가씨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보다 혼자 남아 아가씨들을 기다린 시간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아가씨들은 언제 오려나…….”
역시 잠이나 자는 게 나을까. 다시 눈을 감은 이베르는 몸에 힘을 뺐다.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으나 그때마다 찾아오는 적감에 짓눌리는 이 느낌이 싫었다. 늘 그랬듯이 자고 있으면 돌아온 아가씨들이 자신을 깨워주겠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한참은 자야할 것이다. 괜찮아, 오래 자는 것도 익숙하니까.
그렇게 이베르는 몇번째인지도 모르는 고요함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래서 언제 태어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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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가씨들을 기다리는 이베르입니다...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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