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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Sound Horizon]아침과 밤의 틈새 본문

2차/단편

[Sound Horizon]아침과 밤의 틈새

시나모리 2016. 12. 27. 18:37

 “자, 다녀오렴.”

 “Oui, monsieur.”

 쌍둥이 인형이 떠난 관(館)은 지나칠 정도로 조용했다. 마치 아무도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은 고요함이 건물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기척이라고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그 공간에서 이베르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다 픽 소리를 내며 작게 웃었다.

 애초에 이 아침과 밤의 틈새라는 찰나의 공간에 많은 것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연속된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정체된 시간과 그 모순된 시간 속에 존재하고 있는 모순된 존재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이와 자아를 갖고 살아 움직이는 인형들. 그 모순됨에 걸맞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하늘의 움직임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이리저리 뒤틀리고 일그러진 황폐한 풍경들뿐이었다. 물론 그것에 딱히 불만은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시당초 이곳은 임시 거처에 불과한 곳이었다. 자신이 태어나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찾는다면 그 즉시 그 이야기로 떠날 테니까.

 ……다만 그 이야기를 찾는 게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린다는 게 문제일 뿐.

 뺨을 쓰다듬는 메마른 바람에 이베르는 잠시 열어뒀던 창문을 다시 닫았다. 언제 창을 열어봐도 변함없는 똑같은 풍경인 탓에 굳이 창문을 열지 않아도 그 모습을 알 수 있을 터인데, 매번 굳이 이렇게 창문을 열어보는 이유는 자신조차 잘 알 수 없었다. 어차피 금방 닫아버릴 게 분명한데도.

 방 한가운데 놓인 의자에 걸터앉은 이베르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 혼자 있으면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나기 마련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떠오르는 기억은 언제의 기억이었더라. 저번? 저저번?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제법 예전의 기억일 것이다.

 ‘죄송해요, 무슈……. 이번에는 정말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말로 그럴 듯한 이야기였는데…….’

 ‘아냐, 괜찮아. 다음 번엔 꼭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겠죠, 무슈?’

 ‘저희 힘낼게요!’

 ‘그래, 그래.’

 아가씨들이 찾은 그 이야기는 추운 겨울이 배경인 한 어머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 이야기에는 자신이 들어갈 「틈」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자체로 너무 완벽한 나머지 어떤 개입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였다. 여태까지의 모든 이야기가 그러했듯이. 지금 생각해보면 여느 때와 같은 상황의 반복이었지만, 그때는 어쩐지 평소보다 실망했었다. 잔뜩 실망한 아가씨들을 달래느라 이베르 자신은 그 실망감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었지만.

 “별 생각을 다 하고 있네. 이미 지나간 일인데…….”

 끊임 없이 떠오르는 생각들을 끊기 위해 이베르는 괜히 머리를 어지럽히며 들어줄 이 없는 말을 내뱉었다. 존재 이유가 없는 그 말은 얼마 안 가 허공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또 다시 적막만이 남았다. 마치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처럼.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아가씨들이랑 함께 하는 시간보다 혼자 남아 아가씨들을 기다린 시간이 훨씬 더 많았으니까.

 “아가씨들은 언제 오려나…….”

 역시 잠이나 자는 게 나을까. 다시 눈을 감은 이베르는 몸에 힘을 뺐다. 혼자 남는 것에 대한 불만은 없었으나 그때마다 찾아오는 적감에 짓눌리는 이 느낌이 싫었다. 늘 그랬듯이 자고 있으면 돌아온 아가씨들이 자신을 깨워주겠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한참은 자야할 것이다. 괜찮아, 오래 자는 것도 익숙하니까.

 그렇게 이베르는 몇번째인지도 모르는 고요함에 다시 빠져들었다.




 “────그래서 언제 태어날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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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아가씨들을 기다리는 이베르입니다...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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