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마오이즈]그날 이후의 연장선 본문
리츠에게 볼일이 있어 2B 교실을 찾아간 이즈미는 마침 리츠를 깨우기 위해 교실로 찾아온 것처럼 보이는 마오와 마주쳤다. 수업이 끝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좀처럼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 리츠를 깨우는 마오를 보며 이즈미는 질린 듯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너도 늘 고생이네.”
“하하……. 그래도 이 짓도 오래 하니까 이젠 익숙해요. 그런데 세나 선배가 저희 반엔 무슨 일로?”
“아,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원래 내일 하기로 했던 연습이 모레로 미뤄졌거든. 근데 나루 군은 간만에 부활동이고, 쿠마 군은 전화를 안 받아서.”
하긴, 애초에 전화를 제대로 쓸 줄 아는지도 좀 궁금하지만. 말을 마친 이즈미는 예전 일이 생각났는지 작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의 일을 되짚어보던 이즈미는 무언가 생각난 듯 마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너였구나?”
“……아, 그러네요. 그땐 그냥 좋은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난 원래 좋은 사람이지만-?”
마오의 말에 이즈미가 불만인 듯 눈을 흘기자 마오는 급하게 그게 아니라며 변명을 덧붙였다. 마오에게 학기 초에 있었던 일에 대해 들은 이후에야 이즈미는 ‘확실히 그땐 서로 이미지 안 좋긴 했지.’라고 대답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이즈미가 막 그때 자신이 마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말하려는 찰나, 리츠가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후아암……. 어라, 마~군이랑 셋쨩? 의외의 조합이네.”
“아, 쿠마 군.”
리츠가 깬 걸 본 이즈미는 자신이 왜 여기 왔는지 리츠에게 설명해주곤 둘 다 조심해서 들어가라며 손을 흔들어주고 먼저 교실을 나섰다. 급하게 이즈미에게 인사하는 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리츠는 마오가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자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마~군, 거울 한 번 볼래?”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집에나 가자. 해도 졌으니까 네 발로 걸을 수 있지?”
“응, 응~♪”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집에 가자고 재촉하는 마오를 보며 리츠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마오의 뒤를 따라갔다.
* * *
집에 도착한 마오는 뭔가 신경쓰이는 것이 있어 책상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저장은 딱히 안 하고 메모지에 적어둔 것 같았는데……. 평소에는 잘 열어보지 않는 서랍까지 뒤적인 결과, 마오는 누군가의 번호가 적힌 메모지 한 장을 찾을 수 있었다. 전화번호 아래에 적혀 있는 ‘릿쨩이 신세진 선배’라는 글씨를 보고 마오는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아마 뭐라도 보답을 하기 위해 적어둔 것 같았다. 정작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보답은 하기는 커녕 이쪽에서 연락조차 취하지 못했지만. 거기다 이렇게까지 엮일 줄도 몰랐고.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사이도 괜찮아진 것 같은데 지금 갚아도 괜찮을까? 그치만 역시 1년도 지난 일인데 이제 와서 그러는 것도 웃기지 않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마오는 괜히 메모지를 만지작거렸다.
*
“맞다, 리츠. 이거 연습할 때 나눠먹어.”
유닛 연습을 가려던 마오는 잊어버릴 뻔했다며 리츠에게 쿠키가 담긴 상자 하나를 건넸다. 상자를 받아들고 눈을 깜빡이던 리츠는 얼마 안 가 마오가 왜 이런 걸 줬는지 이해했는지 작게 쿡쿡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응, 응. 꼭 셋쨩하고도 나눠먹을 테니까-? 근데 셋쨩 이런 거 안 좋아해서 안 먹을지도 몰라.”
“딱히 그런 뜻으로 준 거 아니니까!? 아, 늦겠다. 난 먼저 갈 테니까 너도 늦지 않게 가!”
늦을까봐 급하게 뛰어가는 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리츠는 어쩐지 자주색 머리카락 사이로 붉은 기운이 보인 것 같아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셋쨩이 좋아하는 게 뭔지 알려줄 걸 그랬나.
* * *
“이사라.”
“앗, 안녕하세요 세나 선배! 손에 그건……?”
“저번에 과자 준 거에 대한 보답. 근데 앞으로 그런 건 주지 말아줄래? 카사 군이 계속 집어먹길래 말리느라 제법 힘들었으니까.”
이즈미가 내미는 수제 쿠키를 받은 마오는 무안한 듯이 웃었다. 역시 안 드신 걸까. 그때 리츠가 했던 말이 생각난 탓에 마오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좀 더 알아보는 게 좋았을까……. 리츠한테 물어보기라도 할걸. 그런 마오를 바라보던 이즈미는 어깨를 으쓱하곤 말했다.
“……나도 아예 안 먹은 건 아니니까? 제법 맛있었어. 별로 안 달고 괜찮더라.”
자신의 말이 끝나자마자 눈에 띄게 얼굴이 밝아지는 마오를 보고 이즈미는 작게 웃고선 ‘그건 쿠마 군 주지 말고 너 혼자 먹어?’라고 덧붙였다.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마오는 이즈미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가려다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돌아와 입을 열었다.
“혹시 다음에도 이런 거 드리면 받아주실 거예요?”
“글쎄, 생각해보고.”
말과는 다르게 온화한 표정을 지은 이즈미는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아, 리츠한테 세나 선배 뭐 좋아하는지 물어봐야겠다……. 멀어지는 이즈미의 뒷모습을 보며 마오는 손에 들린 쿠키를 가만히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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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05 D.Festa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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