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마코이즈]첫 데이트 본문
약속 장소에 도착한 이즈미는 근처에 있는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원래도 약속 시각보다 10분 일찍 도착하는 게 몸에 배여 있는 그였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들뜬 탓인지 시곗바늘은 약속 시각인 1시보다 훨씬 이른 시각인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적당히 근처에 있는 벤치에 걸터앉은 이즈미는 핸드폰의 메모장 앱에 세세하게 적힌 오늘의 데이트 계획을 다시 한 번 꼼꼼히 읽었다. 역시 일주일을 공들여 세운 보람이 있는 듯 계획에는 어느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없었다. 오늘은 기대하고 기대하던 유우 군과 사귀고 난 이후 첫 데이트 날이니까, 유우 군에게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줘야지! 마음속으로 다시 한 번 결심을 다잡은 이즈미는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하고 ‘유우 군은 언제 오려나……’라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휘휘 살폈다. 이즈미가 막 주위를 다 살펴봤을 즈음, 저편에서 마코토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이즈미 씨 일찍 왔네요?”
오늘은 내가 더 일찍 와서 이즈미 씨 기다리려고 했는데. 아쉬운 표정으로 시계를 한 번 확인한 마코토는 그대로 손을 이즈미에게 내밀었다.
“그럼 갈까요? 식당 예약해놨어요.”
“으, 응? 식당?”
“응, 식당이요. 지금 점심 시간이잖아요?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괜찮은 데 알아놨어요.”
아, 나도 식당 예약해뒀는데.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하던 이즈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손을 잡는 걸 기다리는 듯 계속 손을 뻗고 있는 마코토를 보며 굳이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코토의 손을 잡았다. 이따 적당히 마코토의 눈치를 보고 식당에 취소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마코토가 이즈미를 데려간 곳은 공교롭게도 이즈미가 예약해둔 식당과 같은 곳이었다. 이즈미가 사전 조사를 한 것처럼 마코토도 제법 이것저것 알아봤는지 이즈미가 좋아할 만한 메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였다. 애써 모르는 척 표정관리를 하던 이즈미는 어느 정도 마코토의 설명이 끝나자 적당히 마코토가 좋아할 만한 것을 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그치만 유우 군은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하잖아? 난 딱히 상관없으니까 유우 군이 좋아할 만한 걸로 먹는 건?”
“하지만 그동안은 이즈미 씨가 계속 저한테 맞춰줬잖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제가 맞춰주고 싶다고 생각했는걸.”
“그래도 좋아하지도 않는 거 억지로 먹으면 체할 수도 있고? 그럼 서로 좋아하는 거 시켜서 나눠먹는 건?”
“으음, 역시 그러려나……. 응, 그렇게 해요. 역시 이즈미 씨는 못 당하겠는걸. 대신 제가 이즈미 씨 거 골라줄 테니까 이즈미 씨가 제 거 골라줄래요?”
이즈미가 마코토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자 마코토는 뿌듯한 웃음을 짓고 자신은 이미 이즈미 씨한테 추천할 걸 골랐다며 이즈미에게 메뉴판을 내밀었다. 물론 식당을 알아볼 때 뭘 먹을지도 어느 정도 결정해놨던 이즈미였지만, 마코토에게 맞춰주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메뉴판을 훑는 척 하다가 미리 결정해놓은 메뉴를 말하며 메뉴판을 내려놓았다. 이즈미 씨 정말 나에 대해 너무 잘 아는 거 아니에요? 연인의 귀여운 툴툴거림에 싱긋 웃는 것으로 화답해준 이즈미는 주문은 유우 군이 해달라며 의자에 등을 편하게 기댔다.
*
“음식은 입에 맞아요?”
“괜찮네. 유우 군은?”
“응, 저도요. 한 입 먹어볼래요?”
제법 긴장했는지 이즈미가 괜찮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 경직된 얼굴을 하고 있던 마코토는 그제서야 긴장의 끈을 놓았는지 편한 얼굴을 하며 자신 몫의 파스타를 포크에 돌돌 말아 이즈미 쪽으로 내밀었다.
“내가 먹을 수 있는데.”
“그래도요, 먹여주고 싶단 말야. 먹어줄 거죠?”
“유우군도 참.”
괜히 볼멘소리를 내면서도 순순히 마코토가 내민 파스타를 받아먹은 이즈미는 입에 들어간 음식을 다 삼키곤 이것도 괜찮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즈미의 반응에 맘에 들은 듯 마코토는 웃으며 자기한테도 먹여달라는 듯 자신의 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 마코토가 귀여운지 쿡쿡 웃은 이즈미는 조심스레 자신 몫의 도리아를 내밀었다. 마치 아기새가 먹이를 받아먹는 것처럼 이즈미가 내민 음식을 받아먹은 마코토는 음식을 꿀꺽 삼키곤 입을 열었다.
“와, 별로 안 비리네요……?”
“내가 괜찮다고 했으니까 당연하지? 한 입 더 먹을래?”
“응, 그럴래요. 이즈미 씨도 한 입 더 먹을래요?”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저만 먹는 건 불공평하잖아요. 그러니까 먹어줄 거죠?”
“정말……, 어쨌든 아-?”
“아~”
이즈미가 내민 도리아를 오물거리며 받아먹은 마코토는 이즈미가 먹을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이즈미를 빤히 쳐다보며 다시 파스타를 내밀었다. 적당히 얼버무릴 요량이었는데. 이즈미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선 못 이기는 척 마코토가 내민 파스타를 받아먹었다. 그 이후에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며 그릇을 비운 이즈미는 마찬가지로 막 그릇을 비우고 입가를 닦는 마코토를 보며 물었다.
“이 다음에 계획 있어?”
“아, 네. 영화 보려고 했는데 괜찮아요?”
“응, 괜찮아. 대신 영화는 내가 내도 돼?”
“엑, 오늘은 전부 제가 내고 싶었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식당은 내가 양보할 테니까 영화 정도는 내가 내게 해줄래?”
“우으, 알았어요.”
아쉬운 티를 팍팍 내며 어깨를 으쓱인 마코토는 마치 영화에 관한 걸 찾아보는 듯 핸드폰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는 이즈미를 바라봤다. 이즈미에게 요즘 하는 영화가 뭐뭐 있냐고 물어본 마코토는 이즈미의 대답을 듣고선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로맨스 영화는 어떠냐고 되물었다.
“뭐, 가끔은 그런 것도 괜찮으려나. 그럼 그거 볼까?”
“그래요. 그럼 저 먼저 계산하고 있을 테니까 이즈미 씨는 천천히 나와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마친 마코토를 슬쩍 바라본 이즈미는 마코토에게 보이지 않게 다시 한 번 예매 내역을 확인했다. 30분 후에 시작하는 로맨스 영화. 예매한 건 방금이 아니라 어제 저녁이었지만. 기막히게 들어맞는 우연에 이즈미는 작게 웃고선 짐을 챙겨 마코토의 뒤를 따라갔다.
*
“유우 군, 감수성 풍부하네.”
“그, 그러는 이즈미 씨도, 마지막에 울, 었으면서…….”
이즈미의 손수건에 대고 연신 훌쩍거리며 마코토는 잔뜩 붉어진 눈으로 이즈미를 쳐다봤다. 이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그럼 또 보자며 작별의 인사 대신 재회의 인사를 나누는 연인. 어떻게 보면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스토리였지만, 주연 배우 둘의 열연 덕인지 영화는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극장을 가도 예매율 1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직도 여운이 남아있는 탓에 계속 훌쩍거리는 마코토의 어깨를 말없이 도닥여주던 이즈미는 마코토의 울음이 어느 정도 그친 이후에 ‘디저트라도 먹으러 갈래?’라고 운을 띄웠다. 그 말을 들은 마코토는 제법 의외였는지 아직도 눈물이 글썽거리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이즈미, 씨가 웬 일로요……?”
“왜, 싫어?”
“시, 싫다는 건 아니지만……. 이즈미 씨가 그런 걸 먼저 먹으러 가자고 할 줄은 몰랐다고 할까…….”
평소라면 ‘하아? 아이돌한테 있어서 몸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걸 먹자고? 제정신?’이라고 했을 것 같은데. 제법 비슷하게 이즈미의 성대모사까지 하며 마코토가 대답하자 이즈미는 무안해진 듯 붉어진 얼굴로 ‘유, 유우 군은 먹는 거 좋아해서 신경써줬더니……!’라며 괜히 성질을 냈다. 그러는 이즈미가 귀엽게 느껴졌는지 언제 울었냐는 듯이 웃어버린 마코토는 이즈미에게 명랑하게까지 느껴지는 말투로 어디 좋은 데 아냐고 물었다. 아, 알아둔 데는 있지만? 응, 그럼 거기 가요. 이즈미 씨가 추천하는 데니까 분명 괜찮은 데일 것 같아요. 말을 마친 마코토가 꼭 잡아달라는 것처럼 손을 내밀자 이즈미는 붉어진 얼굴을 한껏 더 붉히면서도 마코토의 손을 맞잡았다.
*
“맛있겠다…….”
빨간 딸기가 맛깔스럽게 올려진 하얀 쇼트케이크를 보며 마코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생크림과 아라잔이 멋들어지게 데코된 쇼트케이크는, 지금 당장이라도 먹고 싶지만 차마 포크를 대기도 아까운 마음이 들어 마코토는 괜히 옆에 놓인 생딸기 주스만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들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턱을 괴고 마코토를 바라보던 이즈미는 안 먹냐는 말을 툭 내뱉었다.
“머, 먹을 거긴 한데……! 역시 먹기 좀 아깝달까…….”
“뭐야, 그게.”
“우우……. 그러는 이즈미 씨는 정말로 안 먹어도 괜찮아요?”
냉담한 이즈미의 반응이 야속한지 어깨를 축 늘어뜨린 마코토는 자신과 대조적으로 물 한 잔만 놓여 있는 이즈미를 바라봤다. 자긴 괜찮다고 대답하며 이즈미는 아까 마코토가 자신을 흉내냈을 때 한 말을 비슷하게 읊어주었다. ‘뭐예요, 그게.’라면서 웃어버린 마코토는 이젠 정말 먹을 다짐을 했는지 포크를 잡은 마코토는 케이크 위의 딸기를 포크로 찍는가 싶더니 그것을 이즈미에게 내밀었다.
“이즈미 씨, 딸기 정도는 괜찮죠? 아-”
“저, 정말 안 먹어도 괜찮다니까? 그리고-”
“그래도요. 딸기라면 케이크 시트 안에도 있고요. 안 먹어주면 화낼 거예요?”
그러니까 아-. 이즈미가 절대 거절할 수 없도록 예쁘게 웃어보이며 마코토는 다시 한 번 이즈미에게 딸기를 내밀었다. 결국 이기지 못하고 딸기를 받아먹은 이즈미는 괜히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런 이즈미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마코토는 그 이후에도 몇 번이나 이즈미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못해도 케이크의 3분의 1을 받아먹은 이즈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포크를 내려놓는 마코토를 보며 작은 소리로 ‘유우 군 약았어…….’라고 중얼거렸다.
“응? 제가 뭐가요?”
“몰라아…….”
“그래도 케이크 맛있었죠? 다음에 또 와요.”
“…….”
“계속 그런 표정 할 거예요?”
계속 퉁명스러운 표정을 한 이즈미를 보며 마코토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이즈미의 뺨에 살짝 입 맞추고선 다시 해사하게 웃었다. 마치 펑 소리를 난 것마냥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이즈미는 결국 아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듯 나지막한 신음소리만을 냈다. 잠시 이즈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마코토는 다시 한 번 더 또 오자는 말을 꺼냈다. 차마 말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만을 끄덕이는 이즈미를 보며 마코토는 쿡쿡 웃었다.
* * *
어느덧 깜깜해진 길거리를 걸으며 마코토는 아쉬운 듯이 이즈미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꼭 주었다. 손만으로도 그 아쉬움이 전해져 왔는지 이즈미는 그 손을 같이 꼭 잡아주었다. 그렇게 그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밤의 거리를 아무 말 없이 걷던 두 사람은 어느새 도착했을지 모를 마코토의 집 앞에 멈춰섰다. 이즈미의 손이 스르륵 빠지는 것을 보던 마코토는 아쉬움을 얼굴 가득 드러내면서 역시 아쉬움이 느껴지는 어조로 말했다.
“제가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동생을 데려다주는 건 형아의 의무인걸?”
“그래도요. 다음엔 제가 데려다줘도 돼요?”
“으음-, 고민해보고?”
조급함까지 느껴지는 얼굴을 보며 이즈미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즈미의 반응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볼을 부풀리던 마코토는 이내 어깨를 으쓱이곤 이즈미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럼, 잘 가요. 이즈미 씨.”
“유우 군도 푹 쉬고-? 오늘 즐거웠어.”
“아, 저두요……! 사실 오늘은 완전히 제가 주도하고 싶었는데.”
영화 본 이후에 훌쩍거리던 게 생각났는지 마코토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다음엔 나 정말 아무 준비도 안 해올 테니까 유우 군한테 맡길게? 말을 마친 이즈미는 몇 번 손을 흔들어주고 이내 마코토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이즈미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던 마코토는 식당에서 본 이즈미의 모습이 문득 떠올라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사랑하면 서로 닮는다고 했던가? 이즈미 씨도 그 식당을 예약했을 줄은 몰랐는데. 아마 그것말고도 또 겹친 데가 있었겠지? 자신이 자리를 비울 동안 예약을 취소하던 이즈미의 뒷모습을 상기하며 마코토는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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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퀘로 받았던 사귄 이후로 처음으로 데이트하는 마코이즈...맘에 드셨다면 기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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