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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레오이즈]Lemon 본문

2차/단편

[레오이즈]Lemon

시나모리 2018. 10. 1. 17:15

※사망소재 포함


 이게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 여명조차 밝지 않은 새벽에 잠시 잠에서 깬 이즈미는 언제부터인지 모를 빗소리에 괜히 이불을 뒤집어 썼다. 사실은 이게 꿈이고 방금 전의 그게 현실이 아닐까. 지금도 네 모습은 이렇게도 선명한데.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 없는 말을 내뱉은 이즈미는 자신의 꼴이 퍽 우스워 자조에 가까운 웃음소리를 토해냈다.

 츠키나가 레오가 죽은 지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자신이 이 꿈을 꾸기 시작한 것도 벌써 3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얘기였다. 빛 한 줄기 없는 깊은 어둠 속에서 그저 그의 뒷모습만을 좇는 꿈을. 긴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 뒷모습은 너무나도 선명해서, 자신이 보고 느꼈던 그 모습과 한 치도 다른 점이 없어서, 한 발만 더 내딛으면 손에 닿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는 잡혀준 적도, 하다못해 한 번이라도 뒤를 돌아봐준 적이 없었다. 너는 나를 볼 때 어떤 표정을 지었더라? 너는 나를 어떤 식으로 불렀지? 사람이 잊혀질 때 가장 먼저 잊혀지는 게 목소리라고 했던가. 이제는 목소리는 커녕 얼굴조차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이제 이즈미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지겨울 정도로 꿈에 나오는 바람에 잊을래야 잊을 수 없었던 뒷모습뿐이었다.

 그날 일어난 일은 정말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그 누구도 원망할 수 없어 더 한스러운 정말로 단순한 사고였다. 사람의 생명이 이렇게나 덧없는 것이었던가. 이즈미가 마지막으로 본 레오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온해 마치 죽은 게 아니라 그냥 잠시 잠든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만나려던 게 아니었잖아. 바로 어제 전화로 나눈 대화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아 이즈미는 흘러넘치려는 눈물을 억지로 삼켰다. 괜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던 이즈미는 어느 한 곳에 생뚱맞게 놓여있는 디퓨저를 문득 발견했다. 어울리지 않게 시큼한 향이 나더라니 저거였나. 믿기지 않는 상황 탓인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던 이즈미는 어느새 자신의 손에 들린 연노랑색 향수병을 바라보았다. 레몬 모양을 본뜬 아기자기한 향수병은 이제 색을 잃어버린 칙칙한 세계 속에서 저 혼자서만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꼭 레오 같다는 생각을 한 이즈미는 주머니 안에 향수병을 아무렇게나 집어넣었다.

 그 이후로 세나 이즈미가 그 향수를 뿌리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 * *


 츠키나가 레오는 죽었다. 이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었다. 츠키나가 레오 자신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왜 여기 남아있는 걸까? 세상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학생 시절 때 같은 반의 누군가의 말을 떠올린 레오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문득 이전 유닛의 멤버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츠카사, 아라시, 리츠를 거쳐 마지막으로 이즈미까지 그럭저럭 잘 지내는 모습을 확인한 레오는 씁쓸함을 뒤로 하고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막 등을 돌렸을 때 희미하게 이즈미가 그의 이름을 부르지만 않았다면. 세나? 저도 모르게 이즈미의 부름에 대답한 레오는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가 그에게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끔 깨닫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나 죽었었지. 새삼스럽게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린 레오는 모로 누운 이즈미를 다시 바라보았다. 세나가 저런 표정을 지었었던가?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표정에 레오는 두 눈을 깜빡였다. 대체 무슨 꿈을 꾸고 있길래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나는 세나 그런 표정 모른단 말야.


*


 오늘도 잠든 이즈미의 머리맡을 지키고 있던 레오는 나지막한 부름에 대답하며 조심스레 이즈미의 머리칼을 쓸었다. 세나, 세나, 세나. 닿지 않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연호하며 레오는 간절하게 원했다.

 부디 나 같은 건, 잊어달라고.

 내가 너를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

재활 겸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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