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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레오이즈ts]달빛의 꽃 본문

2차/단편

[레오이즈ts]달빛의 꽃

시나모리 2018. 11. 23. 22:39

*황제 레오와 기생 이즈미. 고증 제대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의 눈에 비친 것은 진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었다. 옥좌에 앉아있으면 손을 까딱일 필요도 없이 전국을 한눈에 둘러볼 수 있었으나 그것은 이미 여러 차례 거르고 걸러져 보기 좋게 정제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가 보고 싶은 것은 날것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레오는 이렇게 잠행을 즐기곤 했다. 눈에 들어오는 생생한 모습에 어쩐지 영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 레오는 휘파람을 휘휘 불었다. 그렇게 여유롭고 길거리를 거닐고 있던 레오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을 돌렸다.

“호오……?”

사람들이 웅성대는 원인이자 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어느 한 여인의 모습이었다. 화려한 비단옷을 걸친 그는 옷에 절대 뒤지지 않는 수려한 외모로 모든 이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게 하고 있었다. 저 정도의 미모는 궁에서도 보지 못했는데. 반쯤 홀린 듯이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레오는 그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이후에야 제정신을 붙잡을 수 있었다. 조금이나마 더 그의 자취를 붙잡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레오는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서로 무어라 대화를 나누는 사내 둘에게 다가가 냉큼 말을 걸었다.

“혹시 방금 이곳을 지나간 여인이 누군지 아는가?”

이크, 말투. 어리둥절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사내들의 모습에 레오는 지금 자신의 꾀죄죄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말투 탓이라고 제멋대로 짐작하며 눈을 도르륵 굴렸다. 다행히 그런 이유는 아니었던 듯 그들은 어이없다고까지 느껴지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니 자네, 세나 이즈미를 모른단 말이야?”

“요 근처에서 못 보던 얼굴인 걸 보니 타지인인감? 이 근방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생이라우.”

“생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거기다 시 짓기에 그림까지 못하는 게 없다지 아마?”

“그래서 그런지 손님도 엄청 가려받는다는데.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억만금을 줘도 못 만난더만.”

그에 대한 정보를 술술 늘어놓는 사내들에게 어디로 가야 그를 만날 수 있을지까지 알아낸 레오는 고개를 까딱여 사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잠시 이후에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레오는 자꾸 눈앞에서 어른거리던 그의 얼굴에 행여나 잊어버릴새라 성큼성큼 발걸음을 그가 있다는 기방으로 옮겼다.


*


“세나님, 세나님! 아까 전부터 누가 계속 세나님을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어떡할까요? 꼴이 꾀죄죄한 게 제 주제도 잘 모르는 한량 같은데, 역시 돌려보내는 게 맞겠지요?”

“들라 하거라. 기백 하나만은 남다른 것 같으니 잠시 여흥을 즐기는 것쯤은 나쁘지 않겠구나.”

의외의 대답에 시종은 당황해하면서도 머리를 조아리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잠시 후 시종이 데려온 남자를 들인 이즈미는 늘상 그랬듯이 그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무슨 연유로 저를 찾으셨는지요?”

“……허, 아까도 이리 느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마치 하늘에 떠있는 달이 이 땅으로 내려온 듯 하구나. 정녕 이 세상 사람이 맞는가?”

밤하늘에 빛나는 달로 실을 잣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윤기가 흐르는 은빛 머리카락에 한여름의 하늘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하늘색 눈동자, 날카로운 듯하면서도 요염한 눈매에 풍성하고 긴 속눈썹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갓 내린 첫눈의 느낌을 품고 있는 피부 사이로 소담하게 피어난 장밋빛 입술까지 헐뜯을 곳 하나 없이 조화로움 그 자체였다. 낮고 깊은 울림을 가진 목소리마저 트집을 잡을 수 없었고 몸에 걸친 옷과 장신구는 서로를 드높이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감탄사만을 늘어놓으며 자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레오를 보며 이즈미는 재밌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그대의 기백이 마음에 들어서 부름에 응한 것인데 아까의 기백은 도통 어디로 간 것이지요? 아니면 아이가 실수로 다른 사람을 데려온 것입니까?”

“세나, 라고 했던가. 내 사람이 되어달라고 하면 거절할 텐가?”

“꽃은 무릇 섣불리 손대지 않고 그저 지켜보는 것이 그 아름다움을 가장 오래 즐길 수 있는 법이지요.”

당돌한 거절의 말에 레오는 ‘와하핫, 그렇지, 그렇지 말고!! 좋아, 맘에 들어!’라며 즐거운 듯이 웃었다. 레오를 들일 때부터 유유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있던 이즈미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런 레오를 그저 가만히 지켜보았다. 한참을 즐거운 웃음을 터뜨린 레오는 너무 웃은 탓에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이즈미에게 종이와 붓을 요구했다. 별 말 없이 종이와 붓을 내주고 조용히 벼루에 먹을 가는 이즈미의 모습이 새로운 영감을 자아내는 것 같아 레오는 일필휘지로 종이에 악보를 그려가며 또 다른 곡조를 흥얼거렸다.

“세나가 내 곁에 있어준다면 이런 것쯤이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얼마든지 내줄 수 있을 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게 그저 아쉬울 따름이네!”

“대신 다음부터는 어떤 차림으로 오시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아이에게 일러두지요.”

“아하하, 영광인데! 그 말은 곡이 마음에 들었다는 뜻인가?”

“글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만 제 눈은 틀리지 않았다는 말만 하도록 하지요.”

이즈미의 대꾸에 흡족하게 호탕한 웃음을 터뜨린 레오는 더 이상 질문하지 말고 그에게 악기 연주를 졸랐다. 순순히 이를 승낙한 이즈미는 악보를 좀 더 자세히 몇 번 살펴보는가 싶더니 천천히 악기의 현을 뜯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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