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미도치아♀]봄날의 새신부 본문
※그냥 치아키가 웨딩 촬영을 했을 뿐인 이야기...지만 혹시 몰라서 커플링 태그를 달아봅니다.ㅇ<-<
“그러고보니 최근에 대장 공이 찍은 화보가 실린 잡지가 나왔던데 다들 알고 있었소?”
“앗, 화보 찍었다는 건 처음 듣슴다. 그 사람 이제 화보도 찍슴까?”
“에, 처음 듣는 얘기…….”
“다들 처음 듣는구려? 특별기획이란 것 같소!”
그럴 줄 알고 사왔다며 시노부는 화보집을 가방에서 꺼내들었다. 상단에 특별기획이라는 글씨가 박혀있는 그 잡지 표지에는 그들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결이 좋은 갈색 머리를 늘어뜨린 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고 있는 그 모습은 제법 낯선 풍경이었다. 하단에 적힌 ‘특집*봄의 새신부 ~모리사와 치아키 편~’이라는 글씨까지 읽은 세 사람은 약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센고쿠 군, 제가 제대로 보고 있는 게 맞슴까?”
“모리사와 선배가 이런 걸……?”
“사실 소인도 아직 눈이 의심되오만……, 아무래도 잘못 본 건 아닌 것 같소이다.”
테토라와 미도리의 반응에 안심했는지 시노부는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이미 표지와 특집 제목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번에 치아키가 새로 찍었다는 화보는 웨딩 촬영인 듯 싶었다. 앞 페이지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치아키의 이미지를 의식했는지 머리를 언제나의 포니테일처럼 묶고서 쇼트 드레스를 입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무릎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는 드레스는 딱 붙는 것이 아니라 살짝 떠있는 것이 꽤나 발랄한 느낌을 주었고, 머리 한쪽에 꽂은 분홍색 꽃과 짧은 망사 베일이 어우러져 있는 머리장식은 특유의 통통 튀는 분위기를 더해주고 있었다. 그의 입버릇을 반영이라도 한 것처럼 붉은 꽃이 눈에 띄는 한손에 든 치아키는 언제나의 활기찬 웃음을 지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웨딩 촬영임을 의식한 건지 개중에는 청순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포즈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그들이 익히 잘 알고 있는 치아키 특유의 건강미가 느껴지는 포즈였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당황했는데 이렇게 보니 역시 대장 같다는 느낌이 듬다.”
“응, 드레스도 모리사와 선배 같다는 느낌.”
“그러게 말이오! 이렇게 보고 있으니 보고 싶어지는구려~”
그들이 익히 잘 아는 모습에 안심한 듯 세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계속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겼다. 아무래도 특집인 만큼 페이지 수도 상당했고, 치아키의 드레스도 몇 페이지마다 계속 바뀌고 있었다. 소매의 길이가 달라지거나 라인이 달라지거나 뒷자락만 길어지는 등 그 변화는 다양했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는 점은 다리가 드러나는 짧은 드레스라는 것이었다. 어느덧 반쯤 정도 남은 페이지를 보며 짧은 웨딩 드레스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세 사람은 다음 페이지에 실린 치아키를 보고 당황한 듯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방금 전 페이지까지 질끈 묶여 있는 게 아닌, 부드럽게 물결치며 허리까지 늘어뜨린 머리에는 긴 베일이 달린 화관이 씌워져 있었고, 드레스 역시 소위 웨딩 드레스하면 생각나는 롱 드레스를 입은 치아키는 부케를 양손으로 잡고선 수줍은 듯이 웃고 있었다. 역시 치아키의 이미지를 의식한 건지 드레스에는 붉은 자수 등 붉은색을 한 장식이 곳곳에 달려 있었지만 이전까지의 발랄한 느낌보다는 우아하다는 말이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드레스를 입은 치아키의 모습은 특집의 제목처럼 봄날의 새신부라는 말이 매우 잘 어울렸다. 아무래도 표지를 장식한 치아키는 이 모습의 치아키인 듯 싶었다. 처음 표지를 봤을 때의 충격을 다시 맞이한 세 사람은 그저 감탄사만을 내뱉으며 페이지를 넘길 따름이었다.
“대장 공 정말 대단하오……. 소인은 다른 사람을 보는 줄 알았소이다.”
“역시 할 때 하는 사람이랄까, 물론 저도 놀랐지만 말임다!”
“으응, 확실히…….”
화보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보고 잡지를 덮은 시노부는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놀람이 가시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는 테토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어딘지 꽁해보이는 미도리를 쳐다봤다. 미도리 군, 왜 그러오? 시노부의 질문에 별 일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은 미도리는 말과는 다르게 여전히 꽁해보이는 얼굴로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나한텐 아무 말도 없이 웨딩 촬영한 것도 짜증나는데 이런 모습으로 찍을 건 또 뭐람……. 아니, 앞부분의 짧은 드레스는 그렇다고 쳐, 뒤는 뭔데. 거기다 혼자 찍었으면 이러지도 않지. 어디서 굴러온지도 모를 말뼈다귀랑……. 괜히 얼굴도 잘 모르는 치아키의 상대 배역에게 짜증을 부리며 미도리는 저도 모르게 씩씩거렸다.
“시노부 군, 아무래도 다음에 대장이 오면…….”
“소인은 잘 모르겠소.”
벌써부터 눈앞에 그려지는 풍경에─아마 치아키만 모르고 있을─ 테토라와 시노부는 조용히 잡지를 으슥한 곳으로 치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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