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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3A 트리오]임무명: 데이트 성공 시키기 본문

2차/단편

[3A 트리오]임무명: 데이트 성공 시키기

시나모리 2018. 12. 1. 18:15

*3A 트리오가 전부 여자, 그리고 전부 남친이 있다는 설정입니다.
*미도치아 요소가 있습니다.




“모리사와 얘는 왜 이렇게 늦어?”

“모릿치가 늦는 게 한두 번이야-”

핸드폰 액정에 찍힌 숫자를 열두 번째로 확인하며 이즈미는 짜증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얘 오늘 데이트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렇네. 그래서 더 늦는 거 아냐? 하여튼, 선약이 있으면 못 온다고 하든가! 열세 번째로 시간을 확인한 이즈미는 많이 언짢은 듯 쯧, 하는 소리를 내고선 핸드폰을 신경질적으로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이미 이런 일에 많이 익숙해진 듯 카오루는 이즈미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핸드폰만을 만지작거리다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미안하다! 학교에 잠시 들리느라! 많이 기다렸어?”

“아, 오늘은 학교야? 잠깐, 모릿치 옷이 왜 그래?”

“음? 그야 학교에는 교복을 안 입으면 못 들어가니까!”

하늘색 블레이저에 초록색 넥타이, 그리고 체크무늬의 치마. 지금의 치아키가 입고 있는 건 그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유메노사키의 교복이었다. 너 이따가 데이트 있대매? 그러고 가려고? 당연하지!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 진짜 그거 입고 하려고? 이미 교복 차림으로 만난 적이 많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 치아키의 모습에 이즈미는 갑자기 뻐근하게 느껴지는 뒷목을 붙잡았다. 입을 열면 당장이라도 머리를 거치지 않고 튀어나갈 것 같은 욕설을 어찌어찌 목구멍으로 삼킨 이즈미는 겨우 입을 열었다.

“……카오 군, 지금 몇 시?”

“12시 반.”

“쟤 데이트 몇 시랬지?”

“2시였을걸? 다행히 위치는 여기 근처.”

“쟤 핸드폰 뺏어서 늦는다고 문자 보내.”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전개인 듯 카오루는 이즈미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연스럽게 치아키의 핸드폰을 빼내 능숙하게 자판을 몇 번 두드렸다. 핸드폰을 돌려준 후 역시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마치 연행하듯이 당황한 치아키의 팔을 붙잡은 카오루는 이즈미가 반대쪽 팔을 붙잡는 것을 보곤 그럴 줄 알았다며 웃었다.

“잠깐, 갑자기 왜 그러는 거지!?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어, 그것도 엄청.”

“응, 모릿치 잠깐 우리랑 어디 가야겠다!”

절대 놔줄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팔을 꽉 붙잡은 둘은 치아키가 반항을 하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고 쇼핑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 *


“머리 그대로 놔둘까? 모릿치 포니테일 잘 어울리는 편이기도 하고.”

“그냥 놔둬도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일단 옷 골라주고 결정할까? 쟤 은근 머릿결 관리 잘해서 풀어도 예쁠 것 같은데.”

“아, 그러고보니 저번에 반묶음 잘 어울렸던 것 같아. 청순한 스타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요즘 유행하는 옷들이 잔뜩 진열된 옷가게에 치아키를 끌고 들어온 카오루와 이즈미는 아직도 영문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두리번거리기만 하는 치아키를 보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신발도 새로 사야겠네. 운동화가 뭐야 진짜. 쟤 대충 스킨케어 정도만 바르고 나온 것 같은데 화장은 어떡해? 아, 나 파우치 갖고 나왔어. 역시 세낫치~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느슨해진 팔에서 빠져나온 치아키는 끌리는 옷을 발견했는지 그쪽으로 슬금슬금 다가가 빨간 원피스 하나를 집어들었다.

“동작 그만!”

“모릿치,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건데 대체 그런 옷은 왜 고르는 거야?”

“그, 그야 나는 불타는 유성 레드……,”

RGB코드로 표현하자면 R 255 G 0 B 0이라고 해도 좋을 새빨간 원피스를 본 이즈미는 또 다시 뻐끈해지는 뒷목을 주무르며 최대한 언어를 순화해 오늘 치아키의 선택권은 없다며 살벌한 목소리로 내뱉었다.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카오루 역시 아까 그 옷은 너무 심했다며 치아키 손에 들린 옷을 빼앗듯이 들어 다시 옷걸이에 걸어놓았다. 네 자유는 여기까지라는 듯 이즈미는 치아키에게 오늘 뭐 입고 싶냐는 질문만을 던졌다. 오, 오늘은 원피스가 끌리는 것 같기도 하, 고? 치아키의 대답을 들은 둘은 원피스 몇 벌을 가져와 치아키에게 대보고 다시 걸어놓는 것을 반복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포스를 내뿜으며 한참 동안 옷을 고른 이즈미와 카오루는 원피스 두 벌을 들고 와 치아키에게 내밀었다.

“어느 쪽?”

“나, 나는 아까 그쪽이 더……!”

“하아?”

“……외, 왼쪽이 나은 것 같다!”

좋아, 보는 눈이 아예 없는 건 아니네. 치아키가 고르지 않은 원피스를 다시 옷걸이에 걸어두며 이즈미는 카오루에게 뭐라 귀띔을 했다. 카오루가 얼마 안 가 가디건 하나를 들고 오자 치아키는 맘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는 듯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즈미의 시선에 결국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일사천리로 계산까지 마친 둘은 치아키에게 옷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주고 이번에는 신발 가게쪽으로 그를 끌고 갔다.


*


“모릿치는 구두 같은 거 없어? 그래도 아이돌이잖아.”

“그치만 구두는 발이 아프단 말이다! 이런 걸 신으면 못 걷는다!”

“아, 진짜 말 많네. 조용히 안 해?”

이즈미의 일갈에 히익 소리를 내며 치아키가 입을 다물자 이즈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선 다시 카오루에게 말을 걸었다.

“쟤 남친 키 얼마였지? 꽤 크지 않았나?”

“음-, 사쿠마 씨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그럼 굽 높은 거 신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안돼, 그럼 모릿치 진짜 못 걸어. 메리제인 3cm 정도로 하자.”

“어쩔 수 없나…….”

그래도 불만스러운지 치아키를 한 번 흘겨본 이즈미는 치아키에게 신발을 몇 번 신겨본 다음에 그 중에서 치아키가 가장 발이 아프지 않다고 한 구두를 계산했다. 신발이 익숙하지 않은지 어정쩡하게 걷는 치아키를 근처에 있는 카페에 데리고 들어가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오라며 일갈했다. 치아키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이즈미가 파우치 안에 든 화장품을 세팅하는 모습을 보며 카오루는 와, 소리를 냈다.

“대박, 다 유명 브랜드 거잖아.”

“그럼 세나 이즈미인데 당연한 거 아냐?”

“근데 모릿치는 세낫치랑 톤이라든가 이것저것 다르지 않아? 괜찮겠어?”

“그렇다고 지금 새로 살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리고 Knights 메이크업 담당은 나랑 나루 군이라서 나한테 맞는 화장품만 있는 것도 아니고. 화장품을 적당히 꺼낸 이즈미는 카오루에게 얼마나 늦느냐고 했는지 물었다. 30분 정도 늦는다고 했어. 카오루의 대답을 들은 이즈미는 지금 시간을 확인하고 잘하면 될 것 같다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지 쭈뼛거리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치아키를 붙잡아 자신 앞에 앉힌 이즈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그를 화장시켜주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그렇게 진하게는 안 할 거니까.”

“우우…….”

눈 감아. 눈 좀 크게 뜨고 있어봐. 입 이렇게 해봐. 어찌어찌 화장을 마친 이즈미는 지쳤다는 듯이 그대로 카페 테이블에 엎어졌다. 카오 군, 나 대신 쟤 머리 좀……. 그 말을 남기고 장렬히 전사한 이즈미를 보며 ‘응, 맡겨줘 세낫치!’라고 대답한 카오루는 치아키의 머리를 풀고 빗으로 머리를 살살 빗겨주었다. 이즈미 못지 않게 익숙한 손놀림으로 헤어 스타일링까지 마친 카오루는 치아키에게 손거울을 내밀었다.

“봐봐, 모릿치. 예쁘지?”

“으, 음……. 확실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던 치아키가 어색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자 그럼 얼른 데이트 다녀오라며 카오루는 치아키의 등을 밀어주었다. 치아키가 카페에서 나가자 카오루는 조심히 이즈미를 건드려 그를 깨웠다.

“갔냐?”

“응, 일단은.”

“카오 군 선글라스 갖고 왔어?”

“오늘 갖고 온 건 또 어떻게 알고.”

이즈미의 말에 카오루는 가방 안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화장품 정리를 마친 이즈미 역시 가방 안에 들어있던 선글라스를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다.


* * *


“하아…….”

약속 장소인 시계탑 아래에서 치아키를 기다리던 미도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사람 늦는 게 한두 번 일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늦는다고 하니까 더 불안해……. 거기다 말투도 묘하게 이상하구……. 괜히 땅바닥만을 쳐다보던 미도리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타, 타카미네……? 많이 기다렸나……?”

“아니요, 별로…, 어……?”

뭐야, 평소에는 멀리서부터 쩌렁쩌렁 소리치면서 오는데……? 어쩐지 부끄러움이 느껴지는 치아키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하던 미도리는 평소와 다른 치아키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눈을 깜빡였다.

아니, 이 사람 교복 차림이 아니잖아? 너무나도 많이 본 치아키의 평소 모습에 오늘도 그렇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던 미도리는 대체 무슨 연유에선지 멋을 부린 치아키를 보곤 당황한 나머지 말을 잃고 말았다. 항상 높은 포니테일로 묶고 있던 머리도 오늘은 청순한 느낌이 나는 반묶음이었고, 허리에 셔링이 잡힌 프릴 원피스에 부드러운 톤의 빨간색 가디건, 거기다 신발도 스니커즈가 아니라 구두잖아……? 미도리가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냐고 물어보자 치아키는 대답을 제대로 하지 않고 얼버무렸다.

“그래도 예쁘네여…….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 그래? 그럼 다음에도 노력해보겠다……!”

미도리의 칭찬에 치아키는 역시 부끄러운 듯 뺨을 붉히며 답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자세히 보니 이 사람 화장도 하고 나왔잖아……? 진짜 뭔 바람이 불었대…….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미도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가자며 손을 내밀었다.


*


“여기 맛있네요. 다음에도 또 올까요…?”

“나, 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가격도 괜, 히익!?”

미도리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치아키는 구두가 영 불편한지 결국 발을 헛딛고 말았다. 치아키가 넘어지기 전에 그를 붙잡아준 미도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한 번 쉬고 자신의 팔을 내밀었다.

“또 넘어지기 전에 여기 잡아요…….”

“그, 그치만…….”

아무래도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치아키가 불안한 듯이 주위를 몇 번 둘러보자 미도리는 뭐 어떠냐고 대답하면서 다시 한 번 팔을 내밀며 ‘오늘 선배 오래 걸으면 좀 그럴 테니까 저기 들어갈래요……?’라면서 근처의 카페를 가리켰다.


“흐응, 제법이잖아.”

“그러게. 모릿치가 의욕이 없다 그래서 좀 걱정했는데. 이정도면 제법 잘 어울리는 한 쌍이잖아? 얼굴도 괜찮고.”

“이크, 이쪽 본다.”

멀리서 그 둘을 바라보던 이즈미와 카오루는 미도리가 이쪽을 쳐다보자 급하게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잠시 후 빼꼼 몸을 내민 둘은 미도리가 여전히 자신들이 있는 쪽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들킨 것을 깨닿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눈치 완전 좋잖아. 어떡하지?”

“그래도 모릿치한테 말할 것 같진 않은데. 잠깐 세낫치, 일로 와봐.”

이렇게 된 거 데이트나 제대로 성공시키자며 카오루는 미도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에게 가까이 온 이즈미의 어깨를 잡아 좀 더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멀찍히 보이는 금발 여성의 신호를 받은 미도리는 ‘아, 그럼 그렇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가 시킨 대로 치아키의 어깨를 끌어안아 자기 쪽으로 좀 더 끌어당겼다. 계속 그렇게 비틀거리는 게 더 짜증나니까요……. 미도리의 말에 치아키는 결국 순순히 그가 말한 대로 미도리의 팔에 팔짱을 꼈다.


*


카페에 들어간 두 사람을 따라 카페에 들어온 이즈미와 카오루는 멀찍한 곳에 앉아 치아키와 미도리가 앉은 테이블을 바라봤다. 거리가 제법 있는 탓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봐선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이제서야 긴장의 끈을 조금 놓은 둘은 숨을 한 번 내뱉고 자신들의 앞에 놓인 음료를 들이켰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것 같지?”

“그럼 당연하지. 무려 우리가 도와줬는데.”

새침하게 대답하면서도 이즈미는 제법 부드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테이블을 바라봤다. 이즈미가 훈훈한 분위기에 안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치아키가 실수로 음료수를 자신의 원피스에 엎지르고 말았다.

“아, 진짜…….”

“잠깐, 진정하고 세낫치.”

얼굴을 구긴 이즈미를 진정시키며 카오루는 조용히 테이블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이건 이따 헤어질 때 돌려주도록 하겠다……!”

“됐어요……. 다음에 만날 때 돌려주세요…….”

망설임 없이 겉옷을 벗어 원피스의 얼룩을 가려준 미도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헤어질 때 돌려주겠다는 치아키의 제안을 거절하며 미도리는 앞에 놓인 딸기 스무디만을 홀짝홀짝 마셨다. 무안한지 치아키가 미도리의 겉옷을 손으로 꽉 붙잡는 모습이 곁눈질로 보였다.


봤지? 저 정도면 애프터까지 완벽. 카오루가 자그마한 목소리로 덧붙이는 말을 들으며 이즈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폭 내쉬었다.

뭐, 이정도면 임무 성공인가. 임무명: 데이트 성공 시키기 무사 완수.


---

하라는 원고는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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