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피가 묻은 속옷을 아무렇게나 쑤셔넣으며 스즈네는 작게 혀를 찼다. 놀라거나 두렵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떤 건지는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고, 때가 온 것뿐이었으니까. 다만 거추장스러운 게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이 불쾌했다. 아, 지금 이 불쾌감도 ‘이 현상’의 영향 중 하나인가? 그렇다고 생각하니 더 불쾌해졌다. 몸은 매우 정직했다. 그 몸의 주인이 기억도 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된 옛날부터 그 반대의 성별로 살아왔더라도, ‘그’의 생각, 가치관, 생활습관, 하물며 그가 그 자신을 진짜 「남자」로 여긴다 하더라도, ‘그녀’의 몸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충실하게 「여자」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로 확실해졌음을, 스즈네는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절대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평범한 밤이었다. 달도 평범하게 빛나고, 하늘에 몇몇 흩뿌려져 있는 별도 평범하게 빛나는 그런 평범한 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노엘은 이미 자고 있었으나 베보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나 흔치 않은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Pi- Pi- Pi- 하는 소리에 또 잠이 깨버린 건지 노엘이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또 안 자냐?” “…….” 노엘의 질문에 베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노엘도 자신이 왜 때때로 잠을 자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잠을 자지 않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는 게 무서울 뿐. 어째서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하면서도, 찰나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잠을 무서워하지 않는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은 짧은 죽음이고, 죽음..
용모 단정. 성격 우수. 품행 우수. 거기다 성적도 우수. 이것 외에도 내세울 것은 수도 없이 많다. 약간은 자그마한 키마저 그녀에게는 절대 단점이 아니었다. 그녀가 그것보다는 아주 조금이라도 더 컸다면, 그 완벽한 균형을 무너뜨릴 거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러나 신은 공평한 듯, 어딜 봐도 완벽할 것 같은 그녀에게도 단점은 있었다. 그것은──── “으아아아앗!?” ‘쿵─’ “아야야……, 아파라…….” 장애물을 못 보는 건지, 아니면 균형 감각이 평범한 다른 사람과 다른 건지, 어째서인지 그녀는 ‘잘’ 넘어졌다. 심지어는 자기 발에 걸려서 넘어지는 일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있었으니 말은 다 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었다. * * * “아앗!?” 모퉁이를 막 돌았을 찰나, 누군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