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이건 절대 유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서너 번을 반복한 말을 에인은 다시 입에 올렸다. 본인 스스로도 꽤 입에 올리기 싫은 이야기이기에, 같은 말을 계속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다 비어버린 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에인은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충분히 말했습니다. 그래도 듣고 싶으시다면, 들어 주십시오.” 뽑아도 뽑아도 뿌리만 남아 있으면 다시 자라나는 잡초마냥, 영원히 저를 괴롭힐 이 기억에 관한 이야기를. * * * 벌써 10년은 된 일이었다. 날짜는 제대로 기억나지 않지만, 안경을 갓 맞췄던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다. 흐릿했던 시야가 다시 환하게 밝아진 날이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하필이면 그날 안경을 맞췄나 싶었다. 그 모습을, 그렇게 선명하게 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
정갈한 글씨체의 갈색 편지 봉투, 그리고 약간 화려한 글씨체의 흰색 편지 봉투. 생일 축하한다.네가 내 아들이라 정말 고맙구나. 생일 축하해, 우리 아들. 너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엄마에게는 너무나도 기쁜 일이란다. 네가 어렸을 때 엄마가 자주 아프는 바람에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없었다는 게 늘 미안할 뿐이란다. 다른 애들처럼 조금 더 칭얼대도, 어리광부려도 좋았을 텐데, 우리 아들은 너무 빨리 철이 든 것 같아서 엄마는 그게 항상 미안해. 지금이라도 더 많이 챙겨주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우리 아들이 너무 커버린 것 같기도 하네.늘 말하지만 오늘은 네가 축하를 받아야 하는 날이란다. 엄마한테 감사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니까? 엄마는 네가 이 세상에서 우리 집을 골라준 것만으로도 너무 기쁜걸. 그것만으..
────그날은, 지독하게 더웠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더위에 짓눌릴 것만 같은, 정말 사람이 미쳐버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더운 날. 분명 나는, 그 더위에 취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깜빡 잠들어 버린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꿈을 꿨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 분명 더위에 취한 게 틀림없다. 타들어가는 하늘 아래로 또 다시 너가 떨어지고, 내 손은 이미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더듬는다. 떨어진 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절규한다. 그 절규가 멈추기도 전에, 너는 다시 내 눈 앞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또 다시 내 손은 이미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더듬고……. 차라리 너 대신 내가 떨어진다면 영원히 반복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그렇지만 나는 그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그런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