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신세토]여름날의 꿈 본문
────그날은, 지독하게 더웠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더위에 짓눌릴 것만 같은, 정말 사람이 미쳐버리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더운 날. 분명 나는, 그 더위에 취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으면 깜빡 잠들어 버린 그 짧은 시간에, 그런 꿈을 꿨을 리가 없으니까. 그래, 분명 더위에 취한 게 틀림없다.
타들어가는 하늘 아래로 또 다시 너가 떨어지고, 내 손은 이미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더듬는다. 떨어진 너의 모습을 보고, 나는 절규한다. 그 절규가 멈추기도 전에, 너는 다시 내 눈 앞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또 다시 내 손은 이미 아무것도 없는 허공만을 더듬고……. 차라리 너 대신 내가 떨어진다면 영원히 반복되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그렇지만 나는 그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핏빛처럼 붉은 하늘에서 네가 또 다시 떨어졌다.
*
“……씨? 신타로 씨?”
“……뭐야, 꿈이었나.”
누군가가 강하게 흔드는 느낌에 신타로는 눈을 떴다. 벌써 저녁 시간이 됐는지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가고 있었고, 더위도 어느 정도 가신 듯 공기도 잠들기 전부터 서늘했다. 자는 동안에 더위에 반응해서 흘린 땀인지, 아니면 꿈꾸면서 흘린 식은땀인지 모를 것으로 흥건히 젖어 있는 이마를 문질러 닦으며 신타로는 자신을 깨운 이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마 여기서 나를 저렇게 부르는 사람은…….
“신타로 씨? 제 얼굴에 뭐 묻었슴까?”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아직도 더위에 취한 탓인지, 아니면 막 일어나서 제정신이 아닌 건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그 얼굴이, 어쩐지 오늘 따라 시간이 흐른 지금도 너무나도 보고 싶은, 그런 꿈을 꿨음에도 다시 보고 싶은,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그 얼굴과 너무 닮았기 때문에 그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탓일까,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을 내뱉은 건.
“……너는 어디 안 갈 거지?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리거나 하지 않을 거지?”
“예? 갑자기 무슨 말씀을…….”
“대답.”
“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검다. 절대로요.”
“그럼 됐어. ……갑자기 이런 질문해서 미안.”
“…….”
세토는 대답하는 대신 그냥 슬쩍 웃어보였다. 이유는 굳이 눈을 쓰지 않아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니까.
역시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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