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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베보노엘]잠이라는 것은 본문

2차/단편

[베보노엘]잠이라는 것은

시나모리 2016. 6. 5. 14:05

 평범한 밤이었다. 달도 평범하게 빛나고, 하늘에 몇몇 흩뿌려져 있는 별도 평범하게 빛나는 그런 평범한 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노엘은 이미 자고 있었으나 베보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 역시나 흔치 않은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Pi- Pi- Pi- 하는 소리에 또 잠이 깨버린 건지 노엘이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또 안 자냐?”

 “…….”

 노엘의 질문에 베보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미 노엘도 자신이 왜 때때로 잠을 자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잠을 자지 않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는 게 무서울 뿐. 어째서 사람들은 죽음을 무서워하면서도, 찰나의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잠을 무서워하지 않는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잠은 짧은 죽음이고, 죽음은 영원한 잠임은 분명한 사살인데도.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베보의 옆에 앉은 노엘은 부엌에서 가져온 얼음물을 한 잔 들이켰다. 잠을 깰 요량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아까보다는 잠이 날아간 것 같은 노엘은 반쯤 남은 물을 베보에게 내밀며 말했다.

 “마셔. 꼴을 보니까 오늘도 안 잘 것 같네.”

 베보는 거절 없이 잔을 받아들고 남은 물을 전부 들이켰다. 남은 졸음을 전부 날리기 위함인지 노엘은 기지개를 키며 다시 말했다.

 “정말. 너 때매 나도 못 자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자는 게 무섭다는 건 충분히 알겠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잘 수도 없는데 말이야.”

 “……주는, 잠이 왜 안 무서운 겁니까?”

 “뭐?”

 평소와 다른 질문에 노엘은 놀란 듯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평소라면 그저 잠이 무서운 이유만을 계속 늘어놓을 텐데, 갑자기 이런 질문이라니. 딱히 생각해본 적도 없는 질문이라서 노엘은 더 당황했다. 아니, 애초에 잠을 생각하고 잤던가. 그냥 피곤하니까 자는 거지. 노엘이 대답하지 않자 베보는 계속 말했다.

 “잠이라는 것은 짧은 죽음과 다르지 않는 것인데, 왜 주는 죽음은 무서워하면서도 잠은 무서워하지 않는 겁니까? 기간만 다를 뿐 그 둘은 같은 것인데, 왜 하나만 무서워하지 않는 겁니까?”

 “야야, 잠깐. 대답할 시간은 줘야지. 이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

 한참을 고민하던 노엘은 겨우 좋은 말이 떠올랐는지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노엘은 얼음이 오랜 시간이 지나 다 녹아버린 물을 마시며 말했다.

 “이건 나도 들은 말인데, 잠이라는 건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기 위해 하는 연습이라는 말이 있어. 야, 생각해봐라. 무섭다고 그걸 피하고만 있으면, 나아지는 게 있냐? 그냥 나만 벌벌 떠는 거지. 그러니까 피하지 말고 부딪쳐 보는 거야. 누군 죽는 게 안 무섭냐? 당연히 무섭지. 그.치.만!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잠을 자는 거다. 알겠냐?”

 “……잘 모르겠습니다.”

 “아씨, 나름 열심히 생각해낸 건데.”

 뭐 더 좋은 다른 거 없나? 노엘은 약간 짜증이 나는지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 순간, 베보가 말을 꺼냈다.

 “그렇지만, 주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는 알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오, 알겠냐? 그리고 이건 좀 다른 말이지만 네가 원래는 인간이 아니라고 해도, 인간의 몸을 하고 있는 이상은 좀 잠을 자야 한다고. 잠 무섭다고 안 자다가 진짜로 죽어 버리면 무슨 손해냐? 아, 그래. 죽음을 늦추기 위해 잔다는 말도 할 수 있겠다. 거기다 안 자면 다음날에 피곤하고, 좋을 게 뭐가 있냐? 그러니까 오늘은 정 무서우면 차라리 내 옆에서 자라. 나도 좀 자야지, 정말.”

 “알겠습니다.”

 누워서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몸을 휘감았다. 무언가가 점점 자신을 심연으로 잡아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고 몸을 맡겨 보기로 했다.

 그래, 삶을 위해 짧은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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