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Lucida Stella

[레오이즈♀]바다의 노래 본문

2차/단편

[레오이즈♀]바다의 노래

시나모리 2020. 5. 28. 17:04

*세나 이즈미가 인어.
*세나 이즈미 여체인데 티가 안 남...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온 것은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었다. , 맞다. 여기 바다 근처였지. 자신이 있는 곳조차 잊어버린 채 작곡에 몰두하던 레오는 뒤늦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괜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미 해가 진 지 오래였던 터라 사람들이 무릇 생각하는 푸른 바다는 보이지 않았지만 달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도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은빛 오선 위에 떠오른 은빛 음표. 마치 자연이 자아낸 악상 같이도 보이는 게 제법 맘에 들었다. 곡도 마음대로 나오지 않던 터라 창밖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레오는 문득 잔잔한 파도 소리 속에 희미한 노랫소리가 섞여있는 것을 눈치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그 자그마한 소리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나머지 잘못 들은 소리라 치부할 수 없었다.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희미한 소리를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귀를 곤두세우던 레오는 결국 급하게 옷을 걸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

 

별이 총총히 박힌 밤하늘을 바라보며 세나는 물속에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에 와닿는 게 느껴졌다. 물속과는 또 다른 그 청량한 느낌이 좋아 세나는 사람이 없을 시간에 종종 물 밖으로 나와보곤 했다. 제 눈의 색을 꼭 빼닮았다는 낮의 하늘을 볼 수 없는 건 아쉬웠지만 괜한 호기심 때문에 일이 생기는 건 역시 피하고 싶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근방의 해변은 인적이 드문 편이라 낮이면 모를까 밤에는 거의 들킬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오늘은 어쩐지 평소보다 기분 좋은 바람에 세나는 대담하게 바다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해변 근처의 바위에 걸터앉았다. 거의 지정석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세나가 애용하는 이 바위는 주변의 바위들 때문에 적어도 해변 쪽에서 인간이 발견하기엔 힘든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머리를 한 번 귀 뒤로 넘긴 세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그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파도 소리에 지워질 것 같은 노랫소리는 부드럽게 하늘로 녹아들어갔다.

 

* * *

 

분명 이쪽인데…….”

소리를 따라 무작정 뛰쳐나온 레오는 눈에 불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미 자정을 넘은 시간인 탓인지 시야에 보이는 건 오로지 어둠뿐이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눈을 감고 귀에만 의존해서 찾는 게 나을 거란 생각마저 들기 시작할 정도였다. 시간이 꽤나 지났는지 눈이 어둠에 적응한 이후에도 희미한 노랫소리가 끊어질 듯 말 듯 계속 이어지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정도면 슬슬 포기하고 돌아갈 법도 했지만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그 소리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열정에 보답이라도 해주듯 점점 노랫소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레오는 힘을 주어 발을 옮겼다. 제법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막 빠져나왔을 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이가 자아내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었다.

……!”

그 아름다움에 레오가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바라보고만 있자, 그 역시 시선의 존재를 눈치챈 듯 급하게 노래를 멈췄다. 당황한 나머지 잠시 굳어 있던 그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려는 듯이 몸을 움직였지만 레오가 한 발짝 더 빨랐다. 단단히 붙들린 제 손목을 몇 번 빼내려고 시도하던 그는 결국 손을 뿌리치는 것을 포기하고는 여전히 꽉 자신의 손목을 부여잡은 레오와 그의 손을 번갈아 바라보며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아파.”

, ? 미안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그때서야 자신이 아플 정도로 그의 손목을 꽉 붙잡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레오는 과장된 몸짓을 하며 손을 떼어냈다. 아픈 듯 손목을 문지르는 그를 빤히 쳐다보던 레오는 반쯤 홀린 듯 말을 다다다 쏟아냈다.

그런데 너, 진짜 예쁘구나! 이름은 뭐야? 이 근처에 살아? 그 노래는 누구한테서 배웠어? 알려주면 안돼? ?”

, 뭐야……. 궁금한 건 정말 그것뿐?”

, 그 외에는 딱히……. ……?”

레오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이 질문으로 되받은 그를 보며 레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선을 옮기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릇 인간이라면 있어야 할 한 쌍의 다리가 있을 곳에 있는 것은 커다란 지느러미였다. 내가 잘못 봤나? 하고 눈을 몇 번 감았다 떠봤지만 자신이 본 것이 착각임을 아닌 것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지느러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지느러미가 바로 지금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이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주인?”

아니, 어딜 보나 인어잖아!?”

그렇구나~ 하긴, 우주인도 있는데 인어가 있는 게 이상하진 않지! 그래서 너 이름이 뭐야? 그 노래는 인어들의 노래야? 정말 안 알려줄 거야?”

계속되는 질문 폭격에 인어는, 아니 세나는 결국 그의 페이스에 휘말려 답을 내놓았다. , 세나 이즈미. 이 노래는 인어들에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노래고……. 아니, 정말 궁금한 건 정말 그것뿐? 마지막 말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를 본 세나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며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 그런 말 자주 듣긴 들어!”

칭찬 아니거든!? 그러는 너야말로 뭐하는 누구길래 이 시간에 여기 있는 거야? 이런 밤중에 혼자 돌아다니다 바다에 빠져버려도 아무도 안 구해줄걸?”

, 세나 혹시 나 걱정해주는 거야? 너 되게 상냥하구나! 나는 츠키나가 레오! 원래 이 근처에 사는 건 아니고 일 때문에 오게 됐는데 세나 노랫소리가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그만 여기까지 와버렸지 뭐야! , 그렇지! 아까 그 노래 나한테도 알려주면 안돼? 같이 부르고 싶어!”

, 안 될 것까진 없지만…….”

정말? 너 정말 좋은 애구나! 사랑해!”

, 갑자기 그런 말 해봤자 안 통하거든!?”

, 정말 이상한 애야. 다시 한 번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세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얼른 알려주는 게 한시라도 더 빨리 레오를 떼낼 방법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며 처음 불렀을 때보다는 조금 더 큰 목소리로 천천히 노래를 다시 부르기 시작했다. 생각 외로 레오가 익히는 속도가 빠른 덕에 얼마 안 가 자신이 알려준 노래를 능숙하게 흥얼거리는 레오를 보며 세나는 이제 됐냐며 레오에게 물었다.

,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좀만 더 있다 가면 안돼?”

싫어. 애초에 인간이랑 별로 엮이고 싶지도 않고…….”

세나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세나는 인간을 싫어해?”

싫기보다는 괜히 얽히고 싶지 않아. 분명 시끄러워질 게 뻔한걸. 그렇지, 레오 군도 다른 사람한테 나 봤다고 하면 안돼! 알겠지!?”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하면 한 번 더 만나줄 거야?”

그렇게 말하며 레오는 세나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세나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그럴수록 레오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처럼 더 집요하게 그의 눈을 좇았다. 이래서야 바다로 돌아갈래야 돌아갈 수도 없겠다 싶어 세나는 결국 한숨을 한 번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승낙을 얻어낸 게 꽤나 기쁜지 레오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애처로운 눈빛을 거두고 환하게 웃었다.

그럼 내일도 이 시간에 여기서 만날까? , 내일은 세나가 안 되나? 그럼 언제 돼? 나 여기 제법 오래 머무를 거라 웬만하면 괜찮아!”

, 알겠어, 내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올 테니까 좀 보내주지 않을래? 이젠 정말 가봐야 돼.”

! 그럼 약속한 거다?”

고개를 끄덕이는 레오를 본 세나는 제법 급한 듯 물에 뛰어들었다. 그대로 사라지는가 싶더니 잠시 후 고개를 빼꼼 내민 세나는 너도 약속한 거야! 다른 누구한테 말하면 절대 다시 안 볼 거니까!’라는 말을 남기곤 다시 물 밑으로 사라져갔다. 말할 생각도 없지만……. 그런 레오의 말을 들은 건지 아닌지 수면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고요했다.

---

이 뒤는 언젠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