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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오렌지필 초콜릿이 오랑제트라면 레몬필 초콜릿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본문

2차/단편

[🍋👓]오렌지필 초콜릿이 오랑제트라면 레몬필 초콜릿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시나모리 2023. 1. 17. 19:51

*극단 드라마티카 ACT Phantom and Invisible Resonance에 나오는 쿄고쿠 텟타×카사마이 아유무 연성...이 둘의 CP명을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일본어로는 哲歩라고 하던데...텟타아유? 테츠아유? 쿄고아유? 쿄고카사? 도저히 감이 안 잡혀서 그냥 이모지로 썼습니다.
*원본 앙스타 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드라마티카 ACT2로 고교청춘au 뇨테로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나? 진짜로 일어날 수 있으니 각오해라.
...고등학생au+카사마이 아유무 여체화 연성입니다. 뇨타 주의. 여체화 주의.
*적폐 주의...캐붕 주의...특히 말투가 너무 어색함 주의...아무리 적폐라도 캐해석 그렇게 하지 마라 수준이면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놀랍게도 드라마티카 ACT2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놀랍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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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연인들이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확인하는 날이라고 했던가. 요즘은 우정초코라든가 의리초코라든가 그냥 아는 사람한테 초콜릿을 돌리는 날이 된 것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술이다 뭐다 말은 해도 초콜릿을 하나도 못 받으면 서러운 날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다행히도 쿄고쿠 텟타에게 있어 오늘은 서러운 날과 거리가 멀었다. 워낙 발이 넓은 덕분인지 여기저기서 받은 초콜릿이 전부 몇 개인지 세는 것도 한참이었다. 그중 몇 개가 진심초코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몇 차례 초콜릿의 습격이 지나갔을까, 어느새 시간은 방과후를 지나 있었다.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초콜릿으로 가득 찼던 사물함도 이제는 평화로웠다. 아까 사물함을 확인할 때는 없었던, 너무나도 반듯하게 놓여있는 단 하나의 선물상자를 제외하면.

 

“오~ 너 또 초콜릿 받은 거냐? 완전 인기쟁이네 이자식.”
“왜, 부럽냐?”
“그럼 안 부럽겠냐? 심지어 진심초코 같은데. 이딴 자식이 뭐가 좋다고.”

친구의 말마따나 연하늘색 포장지에 보라색 리본을 정갈하게 묶은 그 선물상자는 누가 봐도 진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딘가가 어색했다. 그것은 이런 류의 선물에 필히 동봉될 터인 메시지 카드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혹시나 상자 안에 들어있나 싶어 포장을 풀어보기도 했지만, 안에는 밖과 마찬가지로 정갈하게 포장된 초콜릿만 들어있을 뿐, 보낸 사람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하나도 없었다. 그나마 단서가 될 만한 것은 내용물이 오랑제트를 모방이라도 한 것 같은 레몬필 초콜릿이라는 점뿐이었다.

“뭐야, 편지 같은 거 없어? 누가 보낸 건지 알겠냐?”
“글쎄, 잘 모르겠는데.”
“짐작 가는 애도 없고? 그 누구냐, 너 동아리 후배인 아유무쨩이라든가~”
“걔가 이런 걸 줄 것 같냐? 걔는 이런 거 안 챙겨.”
“혹시 아냐? 아, 나 그거 하나만 먹어봐도 돼?”
“안돼.”
“매정하긴.”

누가 뺏어갈세라 쿄고쿠는 빠른 손놀림으로 상자를 닫고 리본을 다시 묶었다. 급하게 묶은 탓에 원래 그랬던 것처럼 깔끔하게 묶지는 못한 게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못 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준 사람의 진심이 담긴 걸 함부로 나눠주는 것은 아무리 친구라고 해도 어쩐지 내키지 않았다. 단 한 명을 제외하면.

* * *

“요, 아유무. 아직 남아있었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세요?”
“미안미안- 그렇지만 내가 굳이 뭐라 안 해도 아유무가 알아서 잘 해주니까-”
“그-러-니-까-! 선배의 저한테 맡기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그 사고방식이!!! 저한테는!!! 엄청난 부담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씩씩대며 또 한 차례의 일장연설을 마친 아유무는 누가 봐도 불만스러움이 느껴지게 서류더미를 쾅 내려놓고 괜히 안경을 고쳐썼다. 그렇게 말한 것치곤 누가 봐도 흠잡을 데 없이 잘 정리된 서류들을 대강 훑어본 쿄고쿠는 ‘잘만 처리했구만 뭘.’이라고 대꾸했다가 다시 언성이 높아진 아유무의 목소리에 귀를 막아야 했다. 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괜히 흘겨본 창문에서는 어느덧 오렌지색의 햇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아, 그래도 역시 귀여운 후배를 이 시간까지 붙들어둔 건 좀 잘못했나.

“……제 말 듣고 계세요?”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대신 이거라도 먹을래?”
“그렇게 또 스리슬쩍 벗어나려고-”

그러나 아유무는 말을 차마 끝맺지 못했다.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입 안으로 들어온 무언가에서는 달콤씁쓸하면서도 어딘가 상큼한 맛이 났다. 어느덧 입 안 가득한 레몬향에 눈쌀을 한 번 찌푸린 아유무는 그것을 꿀꺽 삼키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건 또 뭐예요?”
“초콜릿. 누가 사물함에 넣어놓고 갔더라고. 오늘이 또 발렌타인데이잖냐, 내가 오늘- 어, 근데 너 손은 또 왜 그래.”
“그냥 좀 다쳤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엥, 네가? 연고는 발랐고? 덧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태평하게 말을 잇던 쿄고쿠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쩐지 오늘 따라 여기저기 밴드가 칭칭 감겨 있는 아유무의 손이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그외에도 다재다능한 그가 손을 다칠 일은 좀처럼 없었다. 본인도 내심 머쓱한지 아유무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손을 숨기며 주제를 바꿨다.

“……근데 누가 줬는지도 모르는데 저랑 나눠먹어도 되는 거예요? 보니까 진심초코 같은데.”
“뭐 어때, 너랑 내 사이인데. 너니까 주는 거다?”

근데 이거랑 비슷한데 오렌지로 만든 걸 오랑제트라고 하지 않던가? 그럼 이건 뭐라고 하는 게 맞을까? 레몬제트? 이런 실없는 소리나 늘어놓으며 쿄고쿠는 또 하나의 레몬필 초콜릿을 자신의 입에 밀어넣고 또 먹여줄 요량인지 아유무의 입쪽으로 초콜릿을 하나 더 내밀었다. 어쩐지 마뜩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거절한 아유무는 아까보다는 차분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제법 마음에 드셨나봐요, 그거.”
“어, 은근 맛있네 이거. 진짜 누가 줬을 것 같아?”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선배가 상큼한 맛 좋아하는 거 아는 사람이라든가.”
“그런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그야 선배 항상 가라아게에 레몬 뿌려먹으니까……. 아니, 애초에 이걸 왜 제가 설명해야 되는 거예요? 저 갈래요.”
“아, 그래. 시간이 늦었다. 잘 가라~”

진짜 말이나 못하면. 사람 좋게 인사하는 쿄고쿠에게 아유무는 눈을 슬쩍 흘기고 그대로 부실을 나섰다. 고작 하나 먹었을 뿐인데 입에는 여전히 레몬향이 감돌고 있었다. 쿄고쿠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유무에게는 그 맛은 상큼하기는커녕 불쾌하기만 했다.

* * *

“진짜 둔감한 사람.”

아직도 입에 감도는 레몬향을 지워낼 요량으로 아유무는 토마토 주스를 들이켰다. 그에게는 그 레몬필 초콜릿이 맛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은 아니었다. 아마 그 사람은 자신이 레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먹을 거냐고 묻지도 않고 냅다 먹여주고 그러는 거겠지.
아니, 그 사람은 애초에 그 초콜릿을 준 것이 자신인지도 모를 것이다. 그 잠깐 사이에 자신이 손을 다친 걸 알아낼 정도로 매서운 관찰력을 가진 사람이지만, 어째서 손을 다쳤는지는 아마 평생 모를 것이다. 이럴 거면 같잖게 그딴 걸 만들어주는 거 아니었는데. 절대 요리를 못하는 편은 아닌 자신이었지만, 저도 모르게 마음이 들뜨기라도 한 건지 그날따라 유난히 손을 베이고, 데이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애초에 보낸 사람을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내심 자신이 준 걸 그가 깨닫길 바라기라도 한 걸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짜증나…….”

듣는 이 없는 말이 저도 모르게 새어나왔다. 무엇에 대한 짜증인지 깨닫기도 전에 그 말은 허공으로 조용히 녹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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