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헨리에인]외출 본문
구름 사이로 살며시 내리쬐는 햇살은 눈이 부시거나 따갑거나 하지 않고 적당히 기분 좋을 만큼 따사로웠고, 불어오는 바람은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었다. 바람에 살짝 흐트러진 머리를 다시 정돈하며 에인은 살짝 위를 올려다 보았다. 넓게 그늘을 드리운 나무는 햇빛을 받아 연두빛으로 빛나는 나뭇잎을 그들의 머리 위에서 흔들고 있었다.
“어때? 나오길 잘했지?”
“……그러네요.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에이~ 좋으면 좋다고 솔직하게 얘기해도 되는데~”
헨리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에인의 머리를 쓰다듬자 에인은 대답하는 대신 얼굴을 붉히며 괜히 다시 머리를 매만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이 좋았다. 날씨도 좋았고, 은은하게 풍겨오는 내음도 좋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그러나 역시 말하기에는 너무 쑥스러웠다.
그런 에인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헨리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부드러워진 얼굴에 가끔씩 웃기도 하고, 모르는 게 이상할 것이다. 물론 조금만 가까워져도 바로 얼굴을 붉히는 것은 평소와 같았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빨리 데리고 나오는 건데. 아, 다른 사람이 있으면 좀 곤란하지만.
*
오후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어딘가 나른했다. 갑자기 졸림이 밀려온 건지 헨리는 작게 하품을 했다. 그것을 본 건지 에인은 약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피곤하십니까?”
“그러게, 날씨 탓인가. 그냥 잠들어 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럼 들어가셔서 주무시는 게…….”
“아니지, 이렇게 하면 되지.”
에인의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이 났는지 짓궂게 웃은 헨리는 에인의 다리를 베고 누워버렸다. 놀란 듯 에인의 몸이 굳어진 걸 느낀 헨리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정말 너무 에인 같은 반응이랄까.
“저……, 그……, 불편하시지는 않으십니까……?”
“응? 아니- 전-혀 안 불편한데! 편한데!”
“그치만……, 이러고 계시는 것보단 침대에서 주무시는 게…….”
“난 이쪽이 훨씬 편한걸? 아~ 맨날 이렇게 에인 무릎에서 자고 싶다~ 나 이따가 깨워줘?”
“……예.”
에인이 간신히 대답하자 헨리는 살짝 웃고는 눈을 감았다. 에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괜히 시선을 돌려 나뭇잎을 계속 쳐다보았다.
*
‘피곤하셨나……?’
낮게 들려오는 숨소리에 에인은 고개를 숙여 헨리를 바라보았다. 깊게 잠든 듯 헨리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불편하지 않게 자세를 살짝 고쳐준 에인은 주위를 몇 번 둘러보더니 짧게 심호흡을 하고 헨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선배님의 기분을 알 것 같기도 하고……. 머리를 계속 쓰다듬던 에인은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몸을 깊게 숙여 헨리의 입술에 살짝 입맞췄다.
“아, 해버렸다…….”
자기가 하고도 부끄러운 듯 괜히 다른 곳을 쳐다보던 에인은 아직도 깨지 않고 잠들은 헨리를 보며 살짝 웃었다.
오늘 일은, 절대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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