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헨리에인]Good night, good morning 본문
달조차도 서서히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깊은 밤이었다. 잠자리에 누운 지도 제법 긴 시간이 지났을 터였지만 에인은 아직도 잠에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탓일까? 아니, 잠귀가 아무리 밝다 해도 그 정도 소리로 잠들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 중요한 건 누군가가 바로 옆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누군가가 옆에서 같이 자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다. 기억조차도 제대로 나지 않는 아주 어릴 적부터 거의 혼자서 잤고, 설령 부모님이라 해도 같이 잔 적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지금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데, 그 누군가가 자신이 지금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지금까지도 에인이 잠에 드는 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후우…….”
괜히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이불에 더 깊게 몸을 파묻었다. 그렇지만 딱히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미 한참 전부터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은 좀처럼 진정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을 의식할수록 더 빨리 뛰는 것만 같았다. 적어도 지금만큼은 눈이 나쁘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싶었다. 제법 긴 시간이 흘러서 눈이 어둠에 익숙해졌겠지만, 눈이 심하게 나쁜 탓에 웬만한 것은 거의 다 보이지 않았으니까. 눈마저 잘 보였다면 분명 지금보다 심장이 더 빠르게 뛰고 있었을 테니까.
괜히 가슴을 손으로 꾹 누르며 에인은 다시 이불을 끌어 올리고 눈을 꼭 감았다. 머리는 정말 이제 자지 않으면 내일 일상에 무리가 갈 거라고 외치고 있었으나, 문제는 몸이 그렇게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감기지 않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던 에인은 손을 내밀어 헨리의 손을 잡고 다시 눈을 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몸을 진정시켜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 *
어찌어찌 잠들은 듯했다. 눈을 뜨니 이미 햇살 한 줄기가 커튼 틈새로 들어오고 있었고, 어디선가 짹짹하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아, 일어날까. 하고 생각한 순간, 바로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잤어?”
“그……, 그게……, 자, 자, 잘 잤습니다…….”
“아하하, 시릴 얼굴 빨개졌어-”
웃음 소리와 함께 뺨에 손가락이 몇 번 닿는 것이 느껴졌다. 원래 눈도 나빴고, 막 일어난 탓에 눈부셔서 평소보다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어쩐지 이미 열이 오른 얼굴이 더욱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 아침부터 귀여운 시릴 보니까 기분 좋다- 오늘은 일진이 좋을 것 같은걸. 이제 일어나야지?”
“이, 일어날 겁니다…….”
안경을 쓴 에인은 괜히 양 뺨을 문질렀다. 어쨌든,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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