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카노세토] 본문
“……”
“카노, 또 멍 때리고 있어?”
“아, 아냐, 아냐. 내가 무슨 멍을 때렸다고.”
“흐음, 수상한데.”
“뭐, 안 믿을 거면 말고.”
“너, 요즘 계속 멍만 때리고, 말도 잘 안 하고. 이상해.”
“그런가……?”
“마치 속이 텅텅 비고 있는 것 같은……. 무슨 뜻인지 알아?”
“아니.”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키도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을 짓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떠나버렸다. 그런가, 요즘 그랬던가……? 잘 모르겠다. 텅텅 비고 있다고?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계속 아무 생각도 없이 지내는 날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음……, 어라? 내 손이 이렇게 차가웠던가……?”
생각하던 와중, 무심결에 맞잡은 손이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다. 그냥 추운 데에 있어서 차가워진. 그런 느낌이 아닌, 손부터 천천히 식어가고 있는 그런 느낌.
대체 왜……?
*
‘그것’을 처음 깨달은 것은 얼마 전 일이었다. 아니, 난 분명 평소와 다를 게 없었다. 그런데 모두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기, 카노……? 왜 그래……?”
“……아, 마리? 내가 왜?”
“무슨 생각이라도 하는 거야……? 아까부터 아무 말 없이…….”
“아니……? 딱히…….” “그래……?”
그 이후에도 이런 일이 몇 번이나 일어난 후, 겨우 깨달았다. 나는 지금 ‘감정’이란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거라고.
안 돼, 그건 싫어. 안 돼. 내가 왜? 어째서? 그럼 ‘그 녀석’을 좋아하는 감정도, 모두 다? 안 돼, 그건 싫어.
그런데……, 왜 싫은 거지……?
‘무언가’를 잃어버려서……? 그게……, 그런 게 나쁜 거였나……? 그게 나쁘지 않다면……, 잃어버리는 것도…….
썩 나쁘지는 않을지도…….
* * *
“카노!”
“…….”
“카노!? 제 목소리 들림까!?”
“……아, 응. 들려. 그러니까…….”
얘가……, 누구였더라……. 아, 맞다.
“응, 그래. 세토. 왜 부른 거야?”
“벼, 별 건 아님다. 그냥 카노가 좀 이상해보여서…….”
“그래……?”
그렇게 말하는 세토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눈물? 그럼 세토는 슬픈 건가?
근데, 이게 그렇게 슬픈 일인가……?
“우는 거야, 세토?” “아, 아님다! 그, 그냥 하품한……!”
“흐응, 거짓말. 누굴 속이려구?”
“으, 그게……. 그냥 요즘 자그마한 일에도 쉽게 눈물이 나와 버려서……. 이상하죠?”
“응, 이상해. 알면서 묻는 거야?”
“그래도 카노는 괜찮아 보여서 다행임다! 아, 전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슴다! 그럼 저녘에!”
“아, 응.”
순간 손이 다시 따뜻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손이 이렇게 따뜻했었나, 라고 할 정도로. 그리고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다시 떠오르는 것 같기도 한…….
그게, 뭐였더라……? 중요한 것 같았는데…….
나는 분명……,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는 것 같은…….
아니,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어색할 정도로 따뜻해졌던 손이 다시 식는 게 느껴졌다.
*
늦은 시간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왠지 그 사람을 기다려야만 할 것 같은데, 나는 왜 그 사람을 기다리고 있지? 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지? 기억이 나지 않아…….
“아, 카노! 오래 기다렸슴까?”
“어……, 응…….”
“카노……?”
“너……, 누구였더라……?”
분명 내가 기다리고 있던 사람인 것 같은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 누구였지? 분명 낯은 익는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아. 내 이름은 어떻게 알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거긴 한가……?
“카노! 저 세토임다! 기억……, 못하는 검까……?”
“세토……?”
세토가 내 손을 쥐어 잡자, 델 정도로 뜨거운 손에서 열기가 옮겨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차는 것과 같이 잊고 있었던 것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아, 그래……. 기억났어……. 그런데 세토는 왜 또 울고 있는 거야?”
“그, 그게……. 아님다! 지금은 안 움다!”
“흐응, 마치 어렸을 때로 돌아가 버린 것 같네. 우리 둘 다 이상하다, 그치?”
“그러게 말임다……. 한 명은 넘쳐흐르고, 한 명은 말라버린 것 같슴다…….”
세토는 그렇게 말하며 눈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고 살짝 웃었다. 그리고 혼자 조용히 ‘지금은 좀 괜찮은 것 같은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나도 지금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는 건……, 혹시……?
“세토.”
“예?”
“우리말이야,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닐까~ 해서. 너는 넘쳐흐르고 나는 말라버리고, 그렇지? 그러니까 서로가 있어야 정상이 되는 거 아닐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카노도 그렇게 생각함까? 만약 그렇다면, 늘 이렇게 있어야 한다는 걸지도.”
“그런 걸까……. 네 넘쳐흐르는 감정을 내가 받는 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럼 나는 세토에게 먼저 아무 말도 못하는 걸까. 세토에게 무언가를 받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걸까. 지금 이렇게 차오른 감정도, 다시 따뜻해진 손도, 모두 세토가……, 나한테…….
“칫…….”
“카노, 왜 그럼까……?”
“아냐, 아무것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손으로 세게 눈을 문질렀지만,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카노.”
“왜? 나도 울고 싶어서 우는 거 아냐.”
“아니, 그게 아니고.”
“그럼?”
“만약 그렇게 된다 해도, 제가 카노 몫만큼 좋아하면 되는 검다. 그걸로도 전, 충분히 행복하니까─”
“……뭐?”
놀라서 바라본 세토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 정말.
“흐응, 그렇게는 안 될 텐데.”
“예……?”
“절대, 그 정도만큼만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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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동기화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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