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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아이에바]안경 본문

2차/단편

[아이에바]안경

시나모리 2016. 6. 5. 13:49

 에바는 눈이 나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인이 ‘안경을 벗으면 바로 앞조차도 보이지 않으니까.’라고 한 것뿐이니까,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한 번만 안경 벗어보면 안 돼?’라고 질문할 때마다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으니까 아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고 안경을 벗으면 네 모습이 안 보이잖아. 그건 별로야.’라는 말도 꼭 덧붙였다. 그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연인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 * *

 

 파란 하늘이 점점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각이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하교를 마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학생회의 일 때문에 에바리스트는 이런 시각이 될 때까지 돌아가지 못하는 일이 잦았다. 그 탓인지 학생회실 문 앞에서는 그가 그날의 일을 모두 마치기를 기다리는 아이자크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아이자크가 에바리스트에게 왜 이렇게 늦었냐고 불평하는 것은 거의 일상이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같았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그것은 그 전날에 에바리스트가 본의 아니게 평소 잠드는 시간보다 훨씬 더 늦게 잠들었다는 것,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런 적이 거의 없던 것도 아니었고, 종종 있었던 일 중 하나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그날도 평소와 다름 없을 거라 생각했다.

 

*

 

 “왜 이렇게 안 나오냐…….”

 언제나처럼 하늘이 점점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한 시각이었다. 슬슬 이쯤이면 에바가 나올 텐데. 그러나 아이자크의 예상과는 다르게 학생회실의 문은 좀처럼 열릴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아, 이러다가는 해가 완전히 지고 말겠는걸. 오늘 일이 유독 많은가? 아, 한 번 들어가 볼까. 평소 일 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 굳이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던 그였지만, 시간이 시간이었기 때문에 아이자크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한 번 들어가 보기로 결정했다.

 “에바─ 많이 바……?”

 문을 열자마자 보인 모습은 피곤했던지 그대로 책상에 쓰러진 채로 잠든 에바리스트의 모습이었다. 일은 다 끝난 듯 책상은 깨끗했다.

 “뭐야, 잠든 거였잖아.”

 괜히 걱정했네. 아이자크는 작게 중얼거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의 눈에 멀지 않은 곳에 놓여있는 에바리스트의 안경이 보였다. 분명 일 자체는 일찍 끝냈으나 너무 피곤해서 잠시 눈을 붙인다는 것이 이렇게 된 게 확실했다.

 문득 벗겨진 안경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듯, 아이자크는 안경을 들고 한 번 써보았다.

 “어우, 어지러. 에바 눈 정말 나쁘네.”

 쓰자마자 밀려오는 두통에 아이자크는 바로 안경을 벗어버렸다. 이 정도면 분명 바로 앞에 있는 것도 안 보일 것이 확실했다. 아이자크가 안경을 다시 제자리에 놓으려고 할 때, 잠에서 깬 듯 에바리스트가 고개를 들었다.

 “안경……, 안경……. 어……? 어디 갔지? 분명 여기다 놔뒀는데…….”

 분명 여기다 뒀었는데……. 에바리스트는 아까까지 안경이 놓여있던 곳을 계속 더듬으며 안경을 찾았지만, 좀처럼 안경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앞이 보인다면 바로 앞에 있는 아이자크의 손에 안경이 들려있는 것을 볼 수 있을 터였지만, 그에게는 그것조차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에바, 안경 찾아?”

 “아이자크? 거기 있었어? 아니, 너 여기 있었던 안경 못 봤어?”

 “글쎄, 모르겠는데─”

 “장난치지 말고……!”

 이런이런, 이러다 화내겠네. 아이자크는 피식 웃으며 계속 책상을 더듬는 에바리스트의 손에 안경을 들려주었다. 누가 빼앗아가기라도 할까봐 에바리스트는 빠르게 안경을 쓰고는 아이자크를 살짝 노려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니까, 안경이 없으면 정말 한 치 앞도 안 보인다니까…….”

 “알겠어, 알겠어. 앞으로는 안 그러면 되잖아. 어쨌든 늦었으니까 얼른 가자구.”

 “아, 응.”

 돌아갈 채비를 하는 에바리스트를 보며 아이자크는 기지개를 쭉 폈다. 말로는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그 금빛 눈이라든가, 당황하는 모습이라든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걸─

 “뭐해, 얼른 가자며.”

 “응, 응.”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어느 늦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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