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지수라무]소나기 본문
한 차례 거센 비가 내렸다. 소나기였던 듯 비는 금방 그쳤지만, 흠뻑 젖은 몸을 다 말리기도 전에 야속하게도 해는 지평선 뒤로 숨어버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의 추위가 두 사람에게 찾아왔다. 평소에는 반가워했을 서늘한 바람에도, 오늘만큼은 반갑지 않았다.
“아, 춥다…….”
“조금만 기다려. 불 피울 만한 데 찾아볼 테니까.”
잠시 내리긴 했지만 강한 비였던 탓에 웬만한 데는 거의 다 푹 젖어있었지만, 라무는 용케 비에 거의 젖지 않은 곳을 찾아 불을 피웠다. 불은 기세 좋게 타올랐지만, 아무래도 비의 탓인지 젖지 않은 나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기에 떨고 있는 두 사람의 몸을 데워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으, 불 피웠는데도 춥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낫지. 조금만 참아.”
“맞다. 예전에 들은 건데 추울 때 이러면 따뜻해진댔어.”
“자, 잠깐! 갑자기 그러지 말라고!”
지수는 그렇게 말하며 라무를 꼭 껴안았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라무는 당황한 듯 잠시 몸을 버둥거렸지만 이내 정말 몸이 따뜻해지는 걸 느낀 듯 잠잠해졌다.
“봐봐, 내 말 맞지?” “뭐, 확실히…….”
“추운데 오늘은 이러고 잘까?”
“아니, 그건 됐어.
“어라? 라무, 볼이 빨개. 갑자기 열이라도 나?”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정말 모르고 이러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이러는 건지. 물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은 전자일 테지만, 적어도 이쪽의 입장은 매우 곤란해진다는 건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은 밤이었다.
'2차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리리즈]선물 (0) | 2016.06.05 |
---|---|
[아이에바]기억 이전의 기억 (0) | 2016.06.05 |
[수냐우르]나를 위해서 (0) | 2016.06.05 |
[세토마리]기다리는 걸 잘하는 마리씨 (0) | 2016.06.05 |
[아이에바]어느 겨울 (0) | 2016.0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