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고어 주의... 사람 하나 대동하지 않은 채 에인은 띄엄띄엄한 횃불만이 빛이 전부인 계단을 내려갔다. 절반쯤 내려 갔을까, 밑에서 올라오는 지독한 냄새에 에인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직 반은 남았는데도 이 지경이라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와, 왕비님!? 이, 이런 곳엔 어찌…….” “뭐, 저라고 해서 이런 곳에 오면 안 되는 법 같은 건 없지 않습니까.” 놀란 듯한 고문관의 말에 에인은 태연하게 대꾸하며 벽 한쪽에 묶인 남자를 바라보았다. 분명 아까의 그 지독한 냄새의 근원은 이 남자일 것이다. 에인은 잠시 시선을 돌려 고문관들에게 말했다. “……미안, 지금 예의를 차리기가 좀 뭐하네.” “아뇨, 괜찮습니다. 왕비님이신걸요.” “뭐……, 됐고. 잠깐 대화를 하고 싶으니까 한..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에인은 들어오라고 말하며 읽던 종이를 내려놓았다. 얼마 안 가 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자가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로 들어와 그의 앞에 앉았다. 한동안 맴돌던 무거운 침묵을 깨며 에인은 먼저 말을 꺼냈다.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은 제 허락이 없으면 그 누구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곳이니, 편하게 얘기하도록 할까요.” “왕비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야…….” “……그렇다면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도록 할까요. 듣자하니 최근에 폐하께 저를 폐비할 것을 요청하는 서명을 올리셨더군요.” 말을 마친 에인은 테이블 위에 놓인 종이 하나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작게 ‘폐비, 폐비라…….’ 라 중얼거렸다. 에인의 말에 상대는 흔들림 없이 여유로운 모습으로 답했다. “폐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 ..
“야.” “무슨 일인가요, 상훈?” “너 말이야, 그 귀신 쫓아다니는 것 좀 정도껏 해. 오죽하면 니 수호령이 내 꿈에 나오겠냐!?” “네!? 제 수호령이 상훈 꿈에 나왔다구요!? 어째서!? 왜!? 왜 제 꿈이 아니라 상훈 꿈에 나오는 건데요!? 아니, 이게 아니지……! 어떻게 생겼어요!? 대화는 나눴나요!? 말해주세요!!!” “너 내 얘기 듣고 있긴 하냐!?” 오늘 꿈 얘기를 하면 얘가 좀 진정을 할까, 하고 꺼냈던 말인데 오히려 역효과였다. 저거, 원래대로 돌아오려면 대체 며칠이나 걸리려나……. 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데. 상훈은 대답을 재촉하는 아카리를 피해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야, 내가 말할 틈은 줘야 대답을 하든가 말든가 할 거 아냐!” “아, 맞다.” 계속되는 질문에 상훈이 짜증이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