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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에리카, 뭐 만들고 있어?” “응? 아아, 꽃반지.” “꽃반지? 갑자기 왜?” “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나 할까…….” “헤에, 그렇구나.” “……왠지 안 물어봐?” “응, 괜찮아. 에리카가 얘기하고 싶으면 얘기해줘도 되지만.” “……뭐야, 그게. 그럼 안 말할래.” “우우, 그렇다고 진짜 말 안 해주기는……. 대신에 꽃반지 만드는 법 알려줘!” “후훗, 알려줄까 말까~” “으엥~ 에리카~” “알았어, 알았어. 알려줄게. 자, 일단 꽃을 두 송이 꺾어서…….” 작은 꽃 두 송이를 꺾은 에리카는 능숙한 솜씨로 꽃들의 줄기를 엮어 시범을 보였다.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에 엘레쥬 역시 금방 꽃반지를 하나 만들어 손가락에 끼울 수 있었다. 아까 만들었던 반지와 방금 만든 반지를 손가락에 하나씩 끼운 다음..
에바는 눈이 나빴다. 정확히 말하자면 본인이 ‘안경을 벗으면 바로 앞조차도 보이지 않으니까.’라고 한 것뿐이니까,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내가 ‘한 번만 안경 벗어보면 안 돼?’라고 질문할 때마다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으니까 아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리고 안경을 벗으면 네 모습이 안 보이잖아. 그건 별로야.’라는 말도 꼭 덧붙였다. 그것은 충분히 기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연인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이란 게 있는 법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 * * 파란 하늘이 점점 주홍빛으로 물들어가는 시각이었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하교를 마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학생회의 일 때문에 에바리스트는 이런 시각이 될 때까지 ..
비 오는 날이면 언제나 그 때의 꿈을 꾼다. 그 때 이후로, 수십 수백 번이나 반복된, 그러나 언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그 때를, 계속.내 꿈에서 너는 또 다시 죽는다. 모든 것이 검게 물들어버려서, 피조차도 검게 물들어버려서, 마치 네가 어둠 속으로 묻히는 것 같은, 나마저도 어둠 속으로 묻혀버릴 것 같은 그 때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네 모습도 보이지 않고, 나는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무섭게 쏟아지는 비 사이로 하늘을 찢으며 번개가 내리치고, 마지막 힘을 다해 이쪽을 바라보며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는 네 피투성이 모습을 보고그 순 간잠 에 서깨 어 나 지. * 눈을 떴을 때, 이미 비는 잦아들고 있었다. 얼굴에 흐른 식은땀과 어느새 흘러내렸는지 모를 눈물을 닦아내고 에리카는 다시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