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Sound Horizon]봄의 화환 본문
“죽이라고, 범하라고, 이드는 노─래─해─♬”
“……심심해. 메르는 혼자 어디 가버리고…….”
무슨 일일까, 메르헨 없이 혼자 우물에 남은 엘리제는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 둘이 함께였기 때문에 엘리제는 이것이 매우 익숙하지 않았다. 엘리제가 멍하니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엘리제~”
“뭐해~?”
“엣……?”
“우리야, 우리.”
“들어가도 되지?”
엘리제가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그림자의 주인─정확히는 주인들─은 우물에 뛰어들었다. 이미 이런 비슷한 일은 많이 해본 듯 그 둘은 안정적인 자세로 바닥에 착지했다.
“안녕! 오랜만이야! 그치, 오르텐스?” “응! 오랜만이야! 그치, 비올레트?”
“어……, 오랜만이긴 하네……. 그래서, 무슨 일?”
“같이 놀려고!”
“응응! 셋이서 같이 놀자!”
“음…….”
엘리제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 메르도 없는데, 그냥 같이 놀러나 가버릴까? 하지만 메르가 돌아왔을 때 내가 없어서 걱정하면 어쩌지? 그리고 이렇게 놀아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 하지만 혼자 있는 건 외로운걸. 솔직히 같이 놀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역시 같이 노는 게 훨씬 좋겠지? 그렇겠지?
“결정했어?”
“응, 같이 놀래.”
“와, 신난다! 그럼 어디로 갈까?”
“엣……, 그게…….”
“아, 그래! 엘리제는 7지평이랑 왕궁 말고는 다른 데는 가본 적 없지?”
“그럼 우리랑 같이 5지평에 가서 놀자! 지평 넘나드는 거 저~~~엉말 재밌어!”
“그래, 그걸로 결정! 자, 엘리제, 우리 손 꼭 잡아!”
“놓치면 안 돼? 자, 출발!”
* * *
“우와아……!”
두려움에 질려 눈을 꼭 감고 있었던 엘리제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본 것은 환한 햇빛이 쏟아지는 꽃밭이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제각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저마다의 향기를 이리저리 피워내고 있었다. 거의 어슴푸레한 저녁 시간에만 활동했었던 그녀에게는 이 풍경은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예쁘지? 5지평에서 가장 예쁜 곳이야!”
“응, 예뻐……! 알록달록……!”
“아, 그렇지! 잠깐만 기다려봐!”
오르텐스는 그렇게 말하고 잠시 허리를 숙여 익숙한 손놀림으로 꽃들을 꺾은 다음에 손을 열심히 움직였다. 얼마 안 가 그녀의 손에는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진 작은 화환이 들려있었다. 오르텐스는 신기한 듯이 그녀의 손을 바라보던 엘리제에게 다가가 화환을 머리에 씌워주었다.
“짜잔, 선물!”
“우와, 엘리제 정말 잘 어울려! 진짜 예뻐!”
“저, 정말?”
예쁘다는 말에 부끄러운 듯 엘리제는 시선을 괜히 다른 쪽으로 돌리다가, 또 괜히 머리 위에 얹힌 화환을 만지작거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무언가가 생각난 듯 오르텐스에게 불쑥 말을 걸었다.
“맞아,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거야?”
“응? 엘리제도 만들고 싶어?”
“응! 만들어서 메르한테 주고 싶어!”
“알겠어! 일단 꽃을 꺾어야 되는데……. 무슈 메르헨한테 줄 거면 이~ 정도 꺾어오면 되겠다!”
엘리제의 말을 받은 비올레트가 팔을 활짝 벌리며 엘리제에게 필요한 꽃의 양을 설명하자, 엘리제는 고개를 끄덕이고 눈을 반짝이며 꽃을 하나하나 고르기 시작했다. 이것도, 저것도 다 마음에 드는 듯 엘리제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겨우 꽃들을 다 고를 수 있었다.
“다 골랐어! 이제 어떻게 하면 돼?”
“이렇게 줄기를 갈라서……, 아니, 그렇게 말고! 응응, 그렇게 가른 다음에 이렇게 넣어서……, 응! 그렇게 엮으면 돼!”
“이, 이렇게?”
“응! 그렇게! 음……, 한 두세 송이만 더 엮은 다음에 이렇게 마무리를…….”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응! 막상 만들어보니까 별로 안 어렵지? 무슈 메르헨도 좋아하겠다~”
“좋아하면 좋겠다…….”
“어머, 좋아하면 좋겠다라니? 당연히 좋아할 거야! 엘리제가 직접 만든 거인걸!”
“그, 그렇겠지? 좋아하겠지?”
“당연하지!”
“어라, 벌써 시간이……. 해가 지고 있어, 비올레트.”
“벌써? 으, 더 놀고 싶은데……. 돌아갈까, 엘리제?”
“……아쉽지만, 응. 메르가 기다릴 테니까.”
“자, 우리 손잡아. 놓치면 안 돼?”
“응! 화환은 이렇게 손목에 잘~ 끼고!”
* * *
“다녀왔습니다아~”
“엘리제, 이제 와?”
“아, 메르! 이것 봐! 비올레트랑 오르텐스가 화환 만들어주고 만드는 법도 가르쳐줬어! 그래서 내 거랑~ 내가 직접 만든 메르 거랑~ 어때, 예쁘지?”
“응, 예쁘네. 고마워, 엘리제.”
“헤헤…….”
언제나 젖은 장미향기로만 가득했던 우물에, 이름 모를 꽃들의 산뜻한 향기가 차오른, 어느 봄날의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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