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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da Stella

금빛 정원의 얼음꽃 -5- 본문

1차/[헨리에인]금빛 정원의 얼음꽃

금빛 정원의 얼음꽃 -5-

시나모리 2017. 1. 19. 00:00

 저녁 시간 준비를 마치고 주방에서 나온 애슐리는 카운터에 멍하니 앉아 있는 에인의 뒤에 슬쩍 다가가 그의 볼을 쿡 찔렀다. 생각에 깊게 빠져 있었던 탓인지 화들짝 놀란 에인의 모습을 보고 작게 웃은 애슐리는 문쪽을 바라보며 에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올 때가 됐지?”

 “누구 얘기하는 거야?”

 “누구겠어? 뭐, 그 손님, 잊을 만하면 왔으니까 그렇게 안 기다려도 될 텐데 말이야-”

 “……지, 지금 무슨 얘기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리고 잊을 만하면 오는 손님이 한두 명인 것도 아니고…….”

 “어라-, 지금 시치미 떼는 거야? 네가 나한테? 척하면 착이거든요~ 거기다 넌 생각하는 게 바로 얼굴에 드러나서 모르는 게 더 이상하다고? 그래서, 저번엔 무슨 얘기했어?”

 “벼, 별 얘기 안 했거든……!? 애, 애초에 대화 오래한 건 저번 한 번뿐이고……. 그 다음은 그냥…….”

 변명을 막 늘어놓던 에인은 순간 놀라 손으로 입을 꼭 막았다. 아, 그냥 별 얘기 안 했다고만 말하려고 했는데. 그 다음 말은 대체 왜 해가지고. 당황한 에인의 모습을 한동안 빤히 바라보던 애슐리는 한 번 피식 웃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뭐, 굳이 더 캐묻지 않아도 답은 대충 나왔으니까. 이제 남은 건…….


* * *


 “이제 뭐뭐 사면 되더라…….”

 품에 짐을 한아름 안은 채로 에인은 손가락을 접으며 앞으로 남은 목록을 헤아렸다. 이제 한두 개만 더 사면 되려나? 생각을 마치고 막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누군가가 갑자기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바람에 에인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히익……!?”

 “어……, 이렇게나 놀랄 줄 몰랐는데……. 미, 미안……?”

 “그, 그냥 이름 부르면 될 걸……!”

 “그치만 계속 이름 불렀는데 에인이 못 들은 것 같아서 그런 것뿐인걸. 나도 이렇게나 놀랄 줄 몰랐다니까?”

 억울한 듯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헨리의 시선을 피하며 에인은 겨우 놀란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누가 내 이름을 계속 불렀던 것 같기도 하고……? 괜히 머쓱해져 헛기침을 몇 번 한 에인은 대화의 주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자, 잠깐 다른 생각 좀 하느라……. 여기는 무슨 일로……?”

 “음- 시찰? 다들 어떻게 사는지 한 번 볼까 하고. 에인은?”

 “저야 뭐……, 재료 사러 나왔습니다. 이제 거의 다 샀으니까 남은 거 한두 개만 더 사면 되고…….”

 그렇게 말하며 에인은 아까 용케 떨어뜨리지 않은 짐을 고쳐 안았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헨리는 에인에게 다가와 그가 들고 있던 짐을 자신이 들었다.

 “자, 잠깐……! 도, 돌려 주십시오……!”

 “와, 이거 제법 무겁네. 얼마나 산 거야? 안 무거웠어?”

 “다, 다른 말 하지 마시고……!”

 “어디로 가면 돼? 아직 살 거 남았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라면 저쪽……, 아니, 그게 아니잖습니까……! 그 정도쯤이라면 제가 들 수 있으니까 폐하는 볼일 보시고……!”

 “쉿, 누가 듣겠어-”

 짐을 돌려 받으려는 듯 손을 뻗는 에인을 가볍게 피한 헨리는 에인이 가리킨 쪽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당황한 나머지 그 자리에 잠시 굳어 있던 에인은 헨리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는 결국 짐을 돌려 받는 것을 포기하고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뭘. 아, 나 짐 들어 줬으니까 오늘 밥은 공짜로 해주는 거야?”

 “……그게 목적이셨습니까? 그건 제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언니한테 여쭤보시고…….”

 “그래도 아예 아니라는 말은 안 하네?”

 “그, 그러니까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말밖에 안 했습니다만……!? 아, 잠깐. 다 왔으니까…….”

 가게 쪽으로 가 이것저것 살펴보면서 꼼꼼하게 재료를 살피는 에인의 모습을 보며 헨리는 작게 웃었다. 정말 귀엽다니까. 이래서 계속-

 “……뭐 재밌는 거라도 보셨습니까?”

 “응? 벌써 다 골랐어?”

 “다들 상태가 제법 괜찮아서……. 여기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젠 제가 들 테니까…….”

 “아냐, 가게까지 들어다 줄게. 그럴 거지?”

 헨리의 말에 에인은 포기한 듯 내민 손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아무말 없이 걷던 에인은 침묵이 무안한 듯 먼저 말을 꺼냈다.

 “그, 그런데 정말 이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폐하, 도 볼일 있으실 테고…….”

 “아, 그전에- 아까도 말했지만 지금은 다른 호칭으로 불러줄 수 있을까? 누가 들으면 아무리 나라도 좀 곤란하니까-”

 “죄, 죄송합니다……. 그럼……, 그쪽……? 아니면……?”

 “으음……. 이름 부르는 것도 곤란하고……. 아저씨는 역시 좀 그렇지? 그럼 오빠? 오빠가 좀 그렇다면 형?”

 “……그쪽, 이라고 해도 딱히 실례되는 건 아니죠?”

 “엑, 상관은 없지만. 좀 더 편하게 불러도 괜찮은데.”

 “네, 그럼 그렇게.”

 헨리가 약간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에인을 바라보자 에인은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을 본 헨리는 다시 아까의 표정으로 돌아가 처음 에인의 말에 답했다.

 “어쨌든, 볼일이라고 해도 다들 어떻게 사는지 보러 나온 거니까. 이렇게 겸사겸사 누구 도와주고 그러는 거지. 그러니까 정말 상관 안 해도 괜찮다구?”

 “그렇게 말하셔도…….”

 “어, 저 사과 맛있어 보인다. 하나 사서 같이 나눠 먹을래? 금방 사올게!”

 에인이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사과를 하나 사온 헨리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문 후 그것을 에인에게 내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에인이 가만히 서서 눈을 깜빡거리고만 있자 헨리는 웃으며 말했다.

 “안 먹을 거야? 나 팔 아파-”

 “저, 그, 가, 감사합니다…….”

 “그래, 그래야지.”

 에인이 사과를 먹는 것을 확인한 헨리는 안심한 듯 다시 웃었다. 잠시 사과를 먹느라 아무 말도 하지 않던 헨리는 에인이 아까 얘기를 다시 꺼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말을 시작했다.

 “여긴 언제 와도 기분 좋아.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 같거든.”

 “예전에도 자주 오셨습니까?”

 “어렸을 때부터 종종 나오곤 했으니까- 그때는 그냥 즐겁기만 했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아, 도착했다. 여기 아냐?”

 “아, 맞습니다. ……들어가실 거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가긴 섭하지?”

 “그러실 거라고 예상은 했습니다만…….”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하는 헨리를 보며 에인은 작게 웃고는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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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 기념으로 둘이 썸을 타보았습니다.....는 장난이고요 우연히 전개가 잘 들어맞았습니다 와 우리 애들이 썸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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