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ida Stella
시간이 제법 흘렀는지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어째 하늘이 꾸물꾸물 흐려지는가 싶더니 얼마 안 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급한 대로 후드를 뒤집어 쓰기는 했으나 지금 내리고 있는 비는 아무리 봐도 잠시 내리다 그칠 요량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날도 어두워졌는데 비까지 내리다니, 부슬부슬 내리는 비라면 그냥 맞고 어떻게든 돌아가겠지만 쏟아지는 걸 보아하니 얼른 하룻밤 지새울 곳을 찾지 않으면 얼마 안 가 속까지 다 푹 젖을 게 뻔했다. 급한 대로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간판 같은 건 없었다. 그냥 뭔가 보일 때까지 뛸까? 아냐, 그전에 다 젖을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본 헨리는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근처의 집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그게 갑자기 ..
막 정오가 지날 무렵이었다. 오랜만의 외출에 들떠서였을까, 헨리는 그제서야 자신이 아침도 제대로 먹고 나오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런 것치고는 그렇게까지는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 돌아다니기 위해서라도 뭔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 식당에 들어가자, 맛있는 냄새가 풍겨와 어쩐지 더 배가 고파진 것 같기도 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할 요량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에 한쪽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그러니까 시, 시간 없다고…….” “아, 진짜 계속 그렇게 튕길 거야? 끝나고 딱히 할 일 없는 거 다 아는데?” “이, 일단 이 손부터 좀 놓고 얘기를……!”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한눈에 봐도 어딘가 불량스러워 보이는 남자와 당황스런 표정을 지..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 도착한 에인은 늘 그랬던 것처럼 바위 주위를 맴돌다가 문득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 아무리 기다려도 그 사람은 오지 않는데, 올 수 없는데. 그러니 더 이상 이곳에 올 이유 따윈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정신을 차려보면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유는. 한참을 그렇게 의미없이 맴을 돌던 에인은 미처 사람이 가까이 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저, 저기, 괴물!” “사라져!” 질색하는 목소리와 함께 날아온 돌멩이 하나가 에인의 뺨을 스쳐지나가며 작은 생채기를 남겼다. 급하게 몸을 숨긴 에인이 손가락으로 상처를 훑으니 약간의 피가 손가락에 묻어 나왔다. 아프지는 않았다. 인어에게 이 정도 상처 따위는 물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바로 낫는 것이었다. 그것보다는……. “……괴물, ..